바흐의 마지막을 들여다보면 소름과 황당함을 절반씩 느낄 수 있습니다. 황당한 얘기부터 하자면 바흐는 1749년 갑자기 뇌출혈로 졸도하면서 앞이 안 보이게 되는데, 이때 존 텔리러라는 안과 의사에게 백내장 수술을 받아요. 상식적으로 수술을 하면 차도가 있어야 하는데 두 번의 수술에도 시력이 왔다 갔다 하면서 더욱 안 좋아지더니, 3개월 뒤 갑자기 사망합니다. 이게 1750년 7월 28일, 바흐의 나이 65세 때의 일이예요. 우리는 바흐를 수술한 존 테일러라는 의사의 이름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바흐와 같은 해, 같은 나라에서 태어난 <음악의 어머니>인 헨델의 눈도 멀게 한 대단한 돌팔이였거든요.
소름 돋는 이야기도 있다고 했죠. 제가 바흐를 공부하면서 가장 소름 돋았던 부분은 마로 바흐가 죽은 1750년을 바로크 시대의 끝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바흐의 죽음이 한 시대를 닫아버린 것이지요. 시대 구분은 현재 진행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후대 사람들이 연도와 범위를 정하여 나누게 되잖아요. 이는 학자들이 바로크 시대의 대표 인물을 바흐로 보고 그의 죽음을 기준으로 한 시대를 끝냈다는 말이 됩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바흐의 이야기를 쓰고 있자니 청소년기의 제가 떠오릅니다. 그때 한참 사춘기를 열병처럼 앓으면서 ‘나도 엄청 유명해지고 싶다’ 이런 생각에 빠져있었는데, 당시 중학생이 할 수 있는 게 공부 말고 또 뭐가 있었겠어요. (공부로는 수능 만점이 아니면 유명해질 수 없다고 스스로 판단함) 그저 열정만 들끓던 반항기에 ‘남겨지는 것’에 대한 철학서를 보면서 차분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이 죽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요? 보통 ‘이름’을 남기는 것을 가장 명예롭게 생각하는데, 제가 읽었던 제목도 잘 기억나지 않는 책에 ‘창작물’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어요. 그러니까 사람이나 이름보다 오래 기억되는 것이 ‘작품’이라는 것이 글의 요지였죠.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글귀인데, 그런 글귀들이 알게 모르게 저를 음악학도로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작품을 남기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음악의 아버지>라는 대단한 칭호를 가지고 있는 바흐, 그는 후배 작곡가들에게 본인의 작품을 연구하게 함으로써 명성보다 더 귀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미래의 우리는 과연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일단 제가 책을 내는 것에 성공했다는 소리니까, 저도 미약하게나마 뭔가 한 것으로 치면서….
마지막으로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을 소개하며 바흐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추천곡 VI :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BWV 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