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은 자유분방한 영혼이자 방랑자였지만, 사생활 관리는 철저하게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스캔들도 없었죠. 그래서 아쉽게도 기록된 야화가 많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생활을 잘 공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헨델이 죽고 나서 친한 친구나 제자들이 그의 전기를 써주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친구나 애인이 아니니 정적(政敵)에 관한 기록은 종종 보입니다. 워낙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가운데, 자리를 잡고 나면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인기와 부를 얻었으니 그를 시기하는 사람이 많았겠죠. 그럼 헨델을 가장 싫어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대비되는 인물이니까 바흐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두 사람은 가까이 살았음에도 서로에게 별 관심을 두지 않았고,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서로를 경쟁자로 인식할 일도 없었겠죠.
헨델을 가장 싫어했던 사람은 이탈리아 작곡가 지오반니 보논치니였습니다. 조금 생소한 이름이죠? 보논치니는 바흐처럼 명문 음악가에서 태어나 다섯 살에 작품집을 발표할 정도로 신동 소리를 듣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명문가 출신도 이탈리아인도 아닌 이방인 헨델이 오페라로 인기를 끌더니 자신과 함께 영국 왕립음악원의 상임 작곡가가 되어버린 어예요. 독보적인 천재 소리를 듣고 자란 보논치니 입장에서는 ‘쟤가 도대체 뭔데 나랑 같은 대우를 받아?’하고 자존심이 상할 만도 했겠죠. 상임 작곡가로 함께 활동하던 시기에 보논치니가 질투에 못 이겨 헨델을 암살하려 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명확한 근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소문이 돌 만큼 헨델을 미워했다고 추측할 수는 있겠네요.
그렇다면 헨델의 입장도 들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실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가장 짠한 점은 헨델은 보논치니를 경쟁자로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헨델이 이탈리아 유학 전부터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쓰면서 대중의 인정을 받았다면 보논치니는 오페라만 쓰던 작곡가였어요. 아마 헨델은 보논치니가 자신의 적수가 못 된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뭔가 처량한 보논치니는 생의 끝마저 좋지 못한데요, 말년에 작품표절 시비에 걸려 고소당하면서 영국에서 강제 추방됩니다. 세상은 표절 딱지가 붙은 이인자에게 그다지 관대하지 않죠. 그래서인지 그의 몇몇 작품이 악보로 남아있지만 잘 연주되지는 않습니다. 인과응보가 이런 것일까요?
그럼 헨델이 영국 왕립음악원의 상임 작곡가로 활동하던 시기에 만든 작품 하나를 소개해 드릴게요.
추천곡 IV : 오페라 『줄리오 체사레(줄리어스 시저)』 중 「내 운명을 슬퍼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