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의 바흐 이야기를 보면 뭔가 비루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싸움에 휘말려 터전을 자주 옳겨야 했고, 지금의 유명세와는 달리 생활고에 시달리는 평범한 가장의 모습마저 보이니까요. 실제도 동 시대 작곡가들에 비해서 유명세도 없었고 소속된 곳에서만 조용히 작곡 활동을 합니다. 하지만 고전 시대 작곡가 멘델스존이 바흐의 음악에 주목하면서 그의 작품이 재조명되고, 그때부터 여기저기 이름을 날리게 됩니다.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얻은 유일한 사람입니다. <음악의 아버지>라고 하니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여 후대에 아리면서 붙여진 이름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바흐는 어떤 이론을 새로 만들거나, 어떤 원리를 최초로 증명한 사람은 아닙니다. 대신 음악 견문이 매루 넓어서 다양한 나라.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들을 잘 융합하여 음악 이론의 기초가 되는 것들을 많이 남겼어요. 그 예로 대위법을 들 수 있습니다.
대위법이란 두 개 이상의 음이나 선율을 어떻게 대칭(혹은 대비)해서 연결할지 연구하는 학문이예요. ‘어떻게 선율을 끌고 나갈 것인가?’, ‘메인 선율 외에 다른 선율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법칙을 보여주는 교본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지금이야 화성학, 음렬, 음악사조별 분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작곡 공부를 할 수 있지만, 바로크 시대만 해도 악보조차 구하기가 힘들었어요. 이런 시기에 대위법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바흐의 인벤션, 푸가 등은 작곡학도들이 어떤 식으로 곡을 발전시킬지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바흐이 이야기에서 놀라운 점은 그 어떤 학자도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것에 반기를 들지 않는다는 것이예요. 만약 “세계 최고의 미녀는 누구인가?”라고 질문한다면 모두가 다른 대답을 하잖아요. 하지만 바흐는 수많은 다성음악(성북 여려 개인 음악)과 대위법이 녹아 있는 곡들을 남김으로써 숨 쉬는 교과서가 되어버렸나 봅니다. 지금도 전 세계의 작곡과 학부생은 대위법과 푸가 등을 필수로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학문은 음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추천곡 III : 미뉴에트 G장조 - BWV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