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haicovsky


Violin Concerto D Major Op.35

Jascha Heifetz (violin)

Fritz Reiner (Conductor)
Chicago Symphony Orchestra

1955,01,21, 22 Stereo
Orchestra Hall, Chicago

Total : 00:29:34


INTRODUCTION

작품의 개요 및 배경

이 곡은 베토벤, 브람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함께 4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이 곡의 특색은 바이올린의 현란한 현대적 연주기법을 충분히 발휘하고, 관현악을 여러가지로 풍부하게 다루었으며 그에 따라 그때까지의 바이올린 협주곡들 보다 신선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러시아 민요를 가미한 지방색과 작곡자 자신의 독특한 애수에 찬 탐미(探美)적인 선율을 합한 독자적인 작품이라는 점일 것입니다.

차이코프스키는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스페인 민요를 사용한 바이올린 협주곡)에 지극을 받아 이 협주곡을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토벤이나 브람스, 멘델스존과 함께 차이코프스키도 단 한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였고 이 곡들이 모두 불후의 걸작들인 것과 멘델스존을 제외한 다른 세사람의 협주곡이 모두 D장조인 점도 흥미있는 일인데 이들이 D장조를 택한 것은 D장조가 바이올린을 가장 잘 울려 주는 조성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차이코프스키는 1877년부터 평소 그의 음악에 심취한 나데시다 폰 메크로부터 매년 6천루불의 연금을 받게되어 안정된 바탕에서 작곡에 전념할 수 있었으나, 1878년 봄, 차이코프스키는 스위스의 제네바 호수 근교의 클라렌스에서 결혼의 상처(1877년 여름에 차이코프스키는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밀류코바라는 여성과 결혼했지만 석달 만에 파경을 맞았다)를 달래고 있었습니다.

3월 14일, 자신의 제자였던 요시프 코테크가 찾아왔습니다. 그 때는 차이코프스키가 한창 [피아노 소나타 G장조]를 작곡하던 시기였지요. 베를린에서 요제프 요아힘에게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던 코테크는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의 악보를 보여주었고, 두 사람은 이 곡을 함께 연주했습니다. 그리고 차이코프키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며칠 후, 메데즈다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이 모든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들리브나 비제의 작품처럼 랄로는 진지하고 심각하게 쓰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형식을 찾아냈고 대부분의 독일 작곡가들처럼 전통을 답습하는 대신에 음악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힘으로 발견할 수 있었던 겁니다.”

“오늘 아침 나는 불타는 영감 안에서 한없이 타올랐습니다. 내가 작곡한 이 협주곡이 심장을 파고들만큼 강력한 음악이 될것이라는 예감이 드는군요.”

“정신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있어서 그런지 작곡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이올린 협주곡의 1악장은 완성되었고, 내일부터는 2악장을 시작할 겁니다. 이 협주곡은 작곡하는 내내 즐거웠고 처음부터 왠지 모르게 끌렸습니다. 손님이 없을 때는 하루종일 작곡에 몰두할 수 있었고 이런 식의 속도라면 예상보다 빠르게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코테크는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차이코프스키에게 작곡을 배웠던 인연으로 그와 오랫동안 교류해왔습니다. 차이코프스키가 폰 메크 부인을 알게 된 것도 코테크를 통해서였고, 차이코프스키는 코테크를 위해 [왈츠-스케르초]를 작곡할 만큼 두 사람의 관계는 깊었습니다. 마침내 4월 4일 모든 작업을 끝냈습니다. 그러나 차이코프스키는 여전히 2악장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지요.

차이코프스키는 결국 처음 작곡했던 2악장(두 달 후 [명상곡]으로 출판된다)을 버리고 하루만에 새로운 안단테 악장을 쓰게됩니다. 그리고 4월 11일에 악보의 초고가 나왔습니다. 차이코프키가 [4번 교향곡]과 오페라 [예프게니 오네긴]을 막 끝냈을 때였습니다. 출판은 모스크바의 표트르 위르겐슨이 맡았고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악보가 그 해 10월에, 오케스트라 파트보는 1879년 8월에 나왔습니다.

이 곡의 작곡을 마친 후 차이코프스키는 메크부인에게 보냈고 메크부인은 당시 러시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알려져 있는 레오폴드 아우어(1845-1930)로 하여금 초연하도록 하였으나 악보를 본 아우어는 [연주 불가능]이라고 폭언하여 러시아에서 초연되지 못하였고,

▶레오폴드 아우어(1845~1930)

그 후 1881년 12월 4일 라이프찌히 음악학교의 교수였던 러시아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돌프 브로츠키가 한스 리히터가 지휘하는 비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초연하였지만 지휘자와 관현악단원들의 냉대로 형편없는 연주가 될 수밖에 없었고,

청중과 비평가들의 혹독한 비평을 들었지만 브로츠키는 이에 굴하지 않고 각국으로의 연주 여행 때마다 이 곡을 연주하여 결국은 인정을 받기에 이르게 되고 처음 악보를 내동댕이치다시피 했던 아우어도 이 곡을 연주하고 제자들(짐발리스트, 하이페츠, 엘만 등)에게도 가르치게 됩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Allegro moderato. D장조 4/4박자
조용한 서주와 함께 두 개의 주제가 제시되는데 여리게 도입 선율을 연주하고 10마디부터 제1주제를 다시 연주한다. 그리고 바이올린 카덴차가 연주되는데, 대단히 화려한 특징이 있다. 폭풍처럼 몰아붙이는 파워는 차이코프스키의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에 힘입어 폭발적인 파워를 느끼게 한다. 중요한 점은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 독주 사이의 미묘한 균형인데, 차이코프스키는 기교적인 카덴차와 질주하는 듯한 오케스트라의 대비감을 표현하는 데 있어 최상급의 작곡가였다.

소나타 형식의 악장이다. 서주에서 잠시 주제가 암시된 후 바로 바이올린에 의해 낭랑히 울려 퍼진다. 전개부에서는 화려한 바이올린의 테크닉의 향연이 펼쳐지며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오케스트라의 야성적인 외침은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한다. 카덴짜 (독주자가 반주 없이 자신의 기교를 최대한 과시하는 즉흥연주를 하는 부분. 고전파 이후 상당수의 작품에서는 작곡자가 대부분 카덴짜까지 겸해서 작곡해두는 것이 대부분이나 일부 연주자들은 자신만의 카덴짜를 연주하기도 한다)가 끝나면 다시 처음의 주제가 반복되고 곡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끝나게 된다.

일반적인 바이올린 협주곡이 오케스트라가 먼저 제1,2 주제를 연주한 다음 바이올린이 그것을 받아서 주제를 연주하게 되는 형식인데 비해서 이 곡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짧은 서주에 이어 바로 바이올린이 제1주제를 연주하게 됩니다.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제1악장은 바이올린의 화려한 기교와 오케스트라의 장쾌함이 절묘하게 어울린 소타나 형식의 악장으로 서주에서 시작되는 주제 부분이 카덴짜(즉흥 연주부분)와 서로 밀고 당기며 계속해서 반복되다가 마지막에 절정에 이르게 되면 숨가쁘게 전개되는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연주들이 정말 눈부신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가슴속이 서늘할 정도로 장쾌함이 밀려 와서 문득 정신을 가다듬으면 바로 1악장의 연주가 끝이 난다.

제2악장 Canzonetta - Andante. g단조 3/4박자.
슬라브적 애수 어린 선율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악장이다. '칸쪼네타(Canzonetta)' 로 되어있는 A-B-A의 3부 형식인데, '칸쪼네타'는 이탈리아의 포퓰러송을 뜻하는 칸초네(canzone)의 축소형으로 주로 16~17세기에 유행했던 가벼운 기분의 작은 가곡작품을 뜻하는 말로, 그냥 '작은 노래' 라고 하면 된다. 흐느끼듯 아름답고 애수 어린 멜로디가 곡 전체를 지배하며 깊은 감동을 자아내는데, 듣는 이들로 하여금 절로 황홀한 매력에 빠지게 하는 이 2악장은 차이코프스키만의 매우 슬라브적인 정서가 풍부하게 나타나는 선율이라고 평가된다.

특히 오늘 여러분께서 감상하시다가 어? 이상하다....라고 생각하실 만큼 이 곡은 명확히 끝나는 부분이 없이 첼로 등 현악기들의 저음을 바탕으로 혼(Horn)과 함께 애절함을 장식하다 끝난 것 같지도 않게 연기처럼 사라지고 만다. 이어서 깜짝 놀랄 만큼 강렬한 음량이 터지면서 곧바로 열광적인 3악장 연주와 연결된다.

제3악장 Allegro vivacissimo. D장조 2/4박자.
오케스트라의 강력한 어택과 함께 16마디부터 37마디까지 바이올린 카덴차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러시아의 민속 춤곡 스타일이 물씬 풍기는 3악장은 서정성과 격정 그리고 탄식과 희망 사이를 교차하고 있다. 5도음정의 관악기들과 함께 제2주제가 시작되는데 활발하게 움직이는 독주 바이올린은 절망과 희망을 교차하면서 감정의 등고선을 자극한다.

자유로운 소나타형식의 악장이다. 전악장에서 이어진 곡은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뀌면서 열광적인 리듬의 축제로 변한다. 중간에 잠시 우수 어린 선율이 고개를 내밀다 제시부의 첫 선율이 다시 나타나기를 되풀이 하다 점점 열기를 고조시켜 나가면서 마지막에는 환희에 찬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총주로 끝맺는다.


글 출처 : 다음 블로그 '음악이 있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