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hms

Symphony No. 2 in D major, Op. 73
Symphony No. 3 in F major, Op. 90

Leonard Bernstein(Conductor)
New York Philharmonic
INTRODUCTION

1. Symphony No. 2 in D major, Op. 73

작품의 배경 및 개요

1876년, 오랜 시간 다듬어 발표한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은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당대의 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베토벤의 제10교향곡’이라 격찬했다. 브람스는 자신감이 생겼는지 이듬 해인 1877년 6월 오스트리아 남부 휴양도시 페르차하에 머물며 두 번째 교향곡의 작곡에 착수했다. 남부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산들이 둘러싼 이 마을을 마음에 들어한 브람스는 그 후 2년 동안 이곳으로 휴양을 왔다. 페르차하의 좋은 환경, 그리고 [교향곡 1번]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가 새로운 교향곡의 작곡을 재촉했다. 그래서인지 [교향곡 1번]과 달리 두 번째 교향곡 작곡의 진도는 상당히 빨리 진행되었다.

그 해 9월 경, 클라라 슈만은 지휘자 헤르만 레비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새로운 교향곡에 대해 언급하며 “1악장은 완성되었다”고 적고 있다. 10월 3일 브람스는 클라라에게 이 1악장 외에 4악장의 일부도 피아노로 연주해 들려주었고, 이 후 2악장, 3악장을 포함한 전곡이 완성되었다. 즉, 작곡 순서는 1악장, 4악장, 그 후 중간의 두 개 악장이다. 11월 브람스는 [교향곡 2번]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용 편곡에 힘써서 12월에는 친구인 외과의사 테오도르 빌로트와 함께 연주했으며, 자필 초고를 클라라 슈만에게 선물했다고 전해진다.


오스트리아의 휴양지 페르차하의 평화로운 풍경 <출처: Johann Jaritz at.en.wikipedia>


[교향곡 2번]의 정식 초연은 1877년 12월 9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파 트악보를 사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오케스트라의 연습시간이 충분치가 못했기 때문에 초연은 부득이 12월 30일로 연기되었다. 초연 당일, 빈 무지크페라인 잘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한스 리히터의 악보는 브람스가 손으로 쓴 초고였다. 아직 악보가 인쇄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브람스는 평론가 에두아르 한슬릭에게 쓴 편지에서 자신의 [교향곡 2번]에 대해 “밝고 사랑스러운 곡”이라고 표현했다. 빈 사람들의 기질에도 맞았던 이 곡의 초연은 3악장을 반복해서 연주할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브람스를 무대로 불러내는 커튼콜이 오랫동안 멈추지 않았다 한다.

라이프치히에서는 반응의 온도차가 있었다. [교향곡 1번]같은 장중한 분위기와 깊이를 기대했던 청중들의 반응은 그리 뜨겁지 못했다. 금관악기의 잦은 실수도 한 요인이었다. 이후 암스테르담, 덴 하그, 드레스덴, 뒤셀도르프에서 연주될 때까지도 이 곡의 인쇄악보는 아직 사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교향곡 2번]의 총보와 네 손을 위한 피아노용 편곡 악보는 1878년 8월 짐로크사에서 출판되었다. 출판 직전의 여름까지 연주가 끝난 뒤 브람스는 오케스트라용과 4손 피아노용 악보를 정정하는 작업을 했었다. 인쇄된 악보를 가지고 브람스는 1878년 9월 이 곡을 고향인 함부르크에서 연주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들어보면 바로 알 수 있지만, 브람스의 [교향곡 2번]은 [교향곡 1번]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우선 [교향곡 1번]에 있는 복잡함과 큰 규모는 찾아볼 수 없다. [교향곡 2번]에는 밝고 아름다운 페르차하와 조용하고 온화한 빈 근교의 리히덴탈에서 보낸 브람스의 여유로운 생활이 묻어난다. [교향곡 1번]에서 표방했던 ‘암흑에서 광명으로’나 ‘고뇌 뒤의 환희’같은 전체 곡상의 추이를 2번에서는 분명히 내세우지 않았다.

부드럽고 온화한 인간적인 따스함과 즐거움, 그리고 눈부신 자연의 밝은 숨결 때문에 이 곡을 두고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낭만주의 음악에서 자연을 상징하는 요소들인 호른 소리, 새 소리와 같은 플루트나 클라리넷 음이 풍성한 화음 속에 나타난다.

브람스의 친구인 외과의사 테오도르 빌로트는 이 곡을 듣고 브람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행복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작품 전체에 넘치고 있네. 그대의 완벽주의가 나타나 있고, 맑은 생각과 따스한 감정이 무리 없이 흐르고 있었지. 페르차하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지.” 브람스가 휴양지 페르차하에서 작곡한 곡으로는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등이 있는데, 두 곡 모두 [교향곡 2번]과 유사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바이올린 협주곡]은 [교향곡 2번]의 마지막 악장에 사용하려고 했던 주제를 재료로 활용해 작곡했다.

​ 또한 1악장에서 렌틀러나 왈츠의 분위기가 나타는데 이 때문에 [교향곡 2번]을 총 4곡의 브람스 교향곡 가운데 가장 빈(Wien)풍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납득이 가는 말이다. 분명히 양식과 성격이 다르고, 곡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대조적이지만, 노작이었던 [교향곡 1번]과 비교해보아도 결코 처지지 않는 걸작이 바로 [교향곡 2번]이다. 반복 감상하다 보면 이 말에 더욱 공감이 가게 된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Allegro non troppo D major. 3/4박자, 소나타 형식
이 곡의 도입부에 대해 음악학자 헤르만 크레츠머는 “저물어 가는 태양이 숭고하면서도 맑은 빛을 던지고 있는 즐거운 풍경”이라고 그럴 듯하게 묘사했다. 저음현의 기본 동기에 목관과 호른이 부드럽고 목가적인 온기를 띠고 제1주제를 연주한다. 이후 바이올린이 고풍적이고 명랑한 새로운 선율을 표현하고 비올라와 첼로가 제2주제를 연주한다. 제시부가 끝나면 발전부로 들어가는데, 그 전에 호른의 제1주제가 나타나서 여러 갈래로 전개된다.

재현부에서는 오보에가 제1주제를 연주하면 이것이 여러 가지 악기로 옮겨져 연주된다. 얼마 후 제2주제가 비올라와 첼로에 의해 나타난다. 코다는 제1주제로 시작돼 여러 갈래의 발전을 보이다가 사라지듯이 조용히 끝난다. 때로는 장엄하면서 그러나 비극적인 감정이 저류로 흐른다. 이런 감정은 낭만적인 서정 속에 녹아 있다.

제2악장 Adagio no troppo B major. 4/4박자. 변형된 소나타 형식
1악장의 유쾌한 기분과는 대조적으로 적적하고 외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먼저 제1주제가 나타나 여러 가지 변화를 보인다. 그 후 목관에 의해 밝고 귀여운 새 선율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제2주제다. 이 주제가 현악기와 관악기에 의해서 응답하는 식으로 반복되고 나서 제1바이올린이 제3주제라 할 새로운 선율로 연주한다. 재현부를 지나 팀파니의 조용한 울림이 있은 뒤 고요히 마무리된다. 전체적으로 느린 템포의 노래하는 듯한 멜로디가 중심이다. 3개의 주요 멜로디가 제각기 특징을 보이며 조용히 우수에 잠기는데, 그러면서도 애정에 찬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제3악장 Allegretto grazioso G major. 3/4박자 론도 형식
빠르고 아름다운 이 악장은 론도 형식을 따르면서도 스케르초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2악장에서 볼 수 있었던 침울한 기분은 사라지고 유쾌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소박하고 매혹적인 선율은 경쾌하고도 비할 바 없이 아름답다. 먼저 오보에가 소박한 춤곡풍의 선율을 연주한다. 희롱하는 듯한 현악기의 가벼운 선율이 감정을 고조시키면 이에 이어 고요한 목관악기의 연주가 나타나 주제를 명상적으로 읊조리듯 이끌어간다.

제4악장 Allegro con spirito D major. 2/2박자.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
평론가 한슬릭의 말과 같이 이 악장에서는 모차르트 악파의 혈통을 이어받은 듯한 기쁨과 경쾌한 맛이 흐른다. 브람스의 관현악 가운데 축제의 환희를 가장 빼어나게 표현한 부분으로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무한한 기쁨과 행복감에 찬 악장이라 하겠다.


2. Symphony No. 3 in F major, Op. 90

작품의 배경 및 개요

브람스가 1876년 완성한 [교향곡 1번]은 구성에서 완성까지 21년이 걸렸다. 그 뒤 [교향곡 2번]은 실질적으로 4개월 채 안된 짧은 시간에 완성했다. 그렇다면 [교향곡 3번]은? 역시 작업의 속도가 상당했지만, 시기적으로는 2번 완성 이후 6년 뒤에 작곡되었다. 1883년, 브람스가 50세 때였다. 브람스는 1862년 빈에 진출한 이후 여름에는 빈을 떠나 피서지에서 창작에 몰두했다. [교향곡 3번]도 피서지에서 탄생했다. 1883년 5월 30일, 브람스는 비스바덴으로 가서 [교향곡 3번] 작곡에 전념한 것이다. 브람스는 그해 비스바덴으로 온 친구이자 작곡가 프란츠 뷜너에게 [교향곡 3번]의 초고를 처음으로 보여줬다. 10월 2일 빈으로 돌아왔을 때 작품은 완성되었는데, 날짜로 볼 때 브람스로서는 상당히 빠른 템포로 마무리했음을 알 수 있다.

브람스는 [교향곡 2번]을 작곡하던 시절에서부터 [교향곡 3번]을 완성하던 시기까지 6년 동안 이탈리아를 세 차례 여행했다. 그 두 번째는 1881년 3월이고 세 번째는 1882년 가을이었다. 이 곡은 유난히 브람스의 모든 교향곡 중에서 구성 면에서 명쾌하고 간명한 특성을 보이는데, 알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주제를 논리적으로 빈틈없이 전개시키고 있다. 이 점은 이탈리아 여행에서 받은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브람스는 헝가리, 네덜란드, 폴란드 등을 방문하며 예술적인 견문을 넓혔다. 이 즈음 브람스는 [바이올린 협주곡], [대학축전 서곡], [비극적 서곡], [피아노 협주곡 2번], [피아노 트리오 2번 Op.87], [현악 5중주 1번] 등 대표작들을 완성했다. 이러한 브람스의 체험들 때문에 [교향곡 3번]에서 [1번]이나 [2번]과는 상이한 양식을 썼을 거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선율을 뚜렷하게 노래하는 경향이 이전의 두 개 교향곡과 대비되는 대표적인 차이점이다.

브람스는 비스바덴에서 좋은 사람들과 만나며 매일 매일을 쾌적한 기분으로 보냈고, 음악 창작에 힘을 쏟았다. 한때 그는 34세 연하의 16세 소녀 헤르미네 슈피스와도 알고 지냈는데, 가수 지망생이었던 슈피스와 브람스의 결혼설이 돌기도 했다. 또 비스바덴 숲을 산책하면서 작곡 스케치를 자주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 속에서는 자연에 대한 공감과 자연의 따스함과 포용력이 전해져 온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점은 [교향곡 3번]을 전후해 브람스가 작곡한 가곡의 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각 가곡의 가사를 살펴봐도 연애 주제에서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음악의 주제가 옮겨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변화상들을 고려해보면 [교향곡 3번]에 노래하는 듯한 가곡적인 요소, 청명한 기운, 연애 감정 비슷한 설렘, 명랑함과 감상적인 기운이 복합적으로 감돌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의 두 대의 피아노 버전은 초연 한 달 전 11월 연주되었고, 초연은 1883년 12월 2일 빈 무지크페라인잘에서 한스 리히터가 지휘하는 빈 필의 연주로 거행되었다. 이후 브람스는 1884년에 몇 차례의 연주회를 통해 곡에 수정을 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대의 지휘자 한스 리히터는 이 곡을 ‘브람스의 영웅 교향곡’이라 불렀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한스 리히터는 베토벤 [교향곡 3번]이 ‘영웅, 에로이카’로 불린 것을 의식한 것일 뿐만 아니라, 브람스의 이 교향곡이 갖는 남성적인 강건함과 웅장하고 중후함 때문에 영웅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그러나 브람스의 ‘영웅’은 베토벤의 ‘영웅’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녔다. 각 악장이 쓸쓸하고 조용하게 끝맺는 것도 강인한 베토벤적 끝마침과 다르고, 작품 곳곳에 약간의 허무함이 배어 있는 것도 베토벤과 다르다. [에로이카 교향곡]의 연주시간이 긴 것에 비해 브람스의 [교향곡 3번]은 브람스의 모든 교향곡 가운데 연주 시간이 가장 짧다. 오히려 브람스는 이 곡을 ‘작은 교향곡(Symphonienchen)’이라 불렀다 한다. 3악장의 도입부에서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유명한 선율이 흘러 나온다. 프랑스의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Aimez-Vous Brahms?)]란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그 영화 중에 이 교향곡의 3악장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이후 [교향곡 3번]은 브람스 작품 가운데 높은 대중적 인기를 자랑하는 곡이 되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Allegro con brio F major 6/4박자. 소나타 형식
처음에 관악기들의 힘찬 화음에 뒤이어 여러 감정들이 얽힌 듯한 분위기로 제1주제가 연주된다. 브람스 특유의 노래하는 듯한 경과부를 지나면 클라리넷으로 연주하는 부드럽고 아리따운 제2주제가 등장해 마치 자장가처럼 우아한 선율을 노래한다. 발전부와 재현부를 지나 코다로 들어간다. ‘con brio(생기있게)’가 지시하듯 화려하고 활기에 넘치지만 단조의 색조가 짙어 적적하고 왠지 쓸쓸함도 감도는 악장이다.

제2악장 Andante C major 4/4박자
1악장과는 달리 평안한 분위기에 간소한 면을 볼 수 있는데, 감정의 표현을 솔직하게 나타냈다. 느리고 서정적이고 조용한 악장으로 밑바닥에는 절제된 정열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요 주제는 아이들을 위한 노래같은 멜로디다. 1악장에서 볼 수 있던 영웅적인 기세가 수그러들고 모든 정열적인 것에서 해방돼 평화로운 세계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브람스가 교향곡 3번을 구상했던 독일의 휴양도시 비스바덴 풍경 <출처: wikipedia>


제3악장 Poco Allegretto c minor 3/8박자
베토벤 이래 교향곡 3악장에는 스케르초를 쓰는 것이 상례였으나, 브람스는 여기서 c단조 편성의 전통적인 악장으로 구성했다. 악기 편성은 2악장보다도 축소되고 금관이나 타악기는 쓰이지 않는다. 애수가 담긴 아름다운 멜로디가 수묵화 같은 느낌으로 진행된다.

제4악장 Allegro f minor - F major. 2/2박자
1~3악장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이다. 정열적이고 영웅적인 투지를 느낄 수 있는 악장이다. 변형과 생략이 많은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f단조로 진행하다 코다에서 F장조로 조바꿈되어 2악장의 제2주제와 관련된 코랄에 도달한다. 마지막에는 1악장의 제1주제가 나타나며, 격렬하고 힘찬 추진력을 보여준다. 2악장에서 지난 날의 회상을 나타내고 3악장에서 동경 내지 향수를 보여준 브람스는 마지막 악장에서 힘찬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다. 어둠 속에서 신음하다가 극복하고 해방을 보여주는, ‘암흑에서 광명으로’의 베토벤적인 모토가 긍정적으로, 기쁨에 넘치며, 최후에는 사라지듯이 끝을 맺는다.

글 출처 : 클래식 명곡 대사전(이성삼, 세광음악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