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Track 1-3 :
Borika van den Booren, violin
Berliner Symphoniker,
Eduardo Marturet, conductor
Track 4-6 :
Emmy Verhey, violin
Janos Starker, cello
Amsterdam Philharmonic Orchestra,
Arpad Joo, conductor
Total timing 01:15:34
1.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77
작품의 개요 및 배경
브람스가 쓴 바이올린 협주곡의 자필 악보를 보면, 독주 바이올린의 보표 사이에 빈 공간이 있습니다. 그것은 친구이자 당대의 거장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요제프 요아힘을 위한 자리였죠. 언제든 의견을 제시하면 고쳐 넣을 자리였던 것입니다. 2살 손위였던 요아힘은 그러니까 단 하나뿐인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태어나게 만든 가장 중요한 산파역의 하나였다는 것이죠.
물론 요아힘의 조언이라고 해서 늘상 곧이 곧대로 들은 것은 아닙니다. 겉으로는 겸손했으나 내심 범상치않은 원칙주의자인 브람스였으니까요. 오스트리아의 뵈르터 호수의 휴양지에서 곡을 쓴 1878년의 여름, 브람스는 바이올린 초고만을 요아힘에게 보냅니다.
"이걸 보고 좀 고쳐주었으면 합니다. 그 어떤 말을 하든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어요. 이를테면 아주 좋으니까 고칠 필요가 없다거나 곡 전체가 연주할만한 가치가 없다거나. 단지 이곳저곳에 몇 마디 말을 써주는 걸로 족합니다. 어렵다, 불가능하다, 이상해 보인다 등등..."
▲ 뵈르터 호수 Lake Worther(Worthersee) in Portschach, 브람스가 작곡을 한 휴양지.
요아힘으로서는 찬찬히 악보를 읽고 조언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많은 노력 끝에 기술적인 부분들에 대해 수정을 충고해 주었고, 브람스는 주로 활의 쓰임새와 운지법에 대해서 그 조언을 받아들였습니다. 우린 브람스가 기본적으로 피아니스트지 바이올리니스트가 아니었음을 잊어선 안됩니다. 요아힘의 도움은 절실한 것이었고 또한 유용하기도 했는데 다만 그의 카덴차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긴 합니다. 요아힘에게는 어울리는 카덴차일지 모르나 그 화려함에 모든 후대 연주자들에게 적절한지 모르겠다는 의구심이겠죠. 그래서 크라이슬러, 하이페츠, 부조니 등 다른 사람들이 쓴 카덴차도 등장하게 되었고요.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가 나오게 되는 시점이 <교향곡 1번>의 발표 직후, 그러니까 불과 2년 후라는 사실을 주목해 보기 바랍니다.
요아힘의 손에 이끌려 음악계의 거물급 인사 로베르토 슈만을 만나고, 그의 칭찬을 받은 것이 1853년이었죠. 슈만은 '새로운 길' 이란 평론으로 이 젊은이를 북돋워 주었습니다. 그 이후 피아노 협주곡과 몇편의 규모있는 세레나데를 쓰긴 했는데 정작 모두가 기대하는 교향곡이 나오지 않았죠. 신중하고 또 신중했던 브람스는 무려 14년의 시간을 투입해서 결국 <교향곡 1번>을 공개합니다.
한스 폰 뷜로가 이것이야 말로 베토벤의 교향곡 10번에 어울린다는 격찬을 했던 그때입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다루는 브람스의 작곡 능력이 충분히 무르익은 것입니다. 심지어 <도이치 레퀴엠>에도 큰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놓으면서 충분한 실험과 설계를 거듭한 것으로 보입니다.
1878년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꼭 1년 전에 발표한 <교향곡 2번>과 여러 모로 닮았습니다. D장조라는 같은 조성을 쓰며 어두운 분위기의 악장은 갖고있지 않죠. 충분한 준비와 넉넉한 실력으로 닻을 올리긴 했는데 이런저런 난관에 부딪치기도 합니다. 4개의 악장을 부여하려던 계획을 결국 취소하고 스케르초를 버립니다. "중간 악장들은 사라져 버렸어요. 그렇게 해서 남겨두었던 형편없는 아다지오 악장을 쓰고마는군요." 브람스가 자기 작품에 대해 비하적으로 말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었는데, 물론 완벽히 틀린 얘기입니다. 그의 2악장은 그가 쓴 모든 협주곡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악장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브람스 자신이 지휘를 맡은 초연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비공개 초연을 들은 클라라 슈만은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잘 어우러졌다고 말했었는데, 진짜 초연에서는 그렇지 못한 모양입니다. 한스 폰 뷜로우가 말하기를 '브람스는 바이올린을 거슬리는 협주곡을 썼다'는 것인데 이건 아마도 독주 바이올린의 당시로서는 이채로운 적극성에 대한 코멘트겠죠. 바이올리니스트 입장에서 후베르만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바이올린이 오케스트라와 겨루는 협주곡이었고, 그 결과는 바이올린의 승리다."
협주곡의 독주 악기로서 바이올린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그리고 오케스트라와의 조화는 어찌할 것인가는 브람스의 해묵은 숙제였을 것입니다. 그의 피아노 협주곡 하나가 '피아노로 쓴 교향곡' 이란 별명까지 얻었던 것을 떠올려 보면, 브람스 스타일을 미루어 짐작하게 되죠. 바이올린 협주곡을 놓고 한번 볼까요? 모차르트와 같은 고전시대의 오케스트라는 독주 악기의 충실한 반려자였습니다. 베토벤은 낭만주의에 한 발을 걸쳐놓은 위치에서 그 표현의 폭을 넓히는데, 공교롭게도 그 주역은 오히려 독주 악기가 아닌 오케스트라였습니다.
브람스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하나의 모델로 보았음은 명백합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그는 더 높은 수준의 악절을 곳곳에 배치하게 되죠. 아이러니하게도 베토벤이 브람스 보다 훨씬 높은 기량의 바이올린 기술을 습득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형식주의자'로서 브람스가 전통의 틀을 강력히 유지한다는 출발선을 지켰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브람스는 이 작품에서 구조적으로 단단하게 짜여지는 오케스트라 부분을 만들었는데, 독주 바이올린을 돋보이게 하는 도구로서 화려한 테크닉은 퍽 유용한 도구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베토벤과 달리 이제 표현의 폭을 넓히는 열쇠는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동등하게 지니게 된 것이지요.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3/4박자. 소나타 형식
어찌 보면 어두운듯 또 달리 보면 부드러운듯 1악장의 8마디 도입구는 그렇게 시작합니다. 오케스트라의 긴 서주를 두는 것은 브람스가 자주 썼던 방식이고 다행이 <피아노 협주곡 1번> 만큼 길지는 않습니다. 서정적이라 부를 수 밖에 없는 주제의 제시, 그런데 브람스는 독주 악기가 나오기 전에 둘째 주제를 빼곤 모든 것을 공개해 버립니다. 독주 바이올린은 소위 명인기적이라 부르는 카리스마를 과시하죠. 음악학자 토베이의 말을 빌리자면 '마치 불길이 타오르는 것과 같은' 아르페지오 연주가 있습니다.
제2악장 Adagio. F장조, 2/4박자 세도막 형식
브람스가 부끄러워 했던(?) 2악장은 놀랄만큼 아름답죠. 오보에가 말문을 열고 바순이 이어받으며, 중간에 단조의 조성을 끼워넣어 대비효과를 곁들이는데 서늘한 정취를 자아냅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사라사테가 이런 하소연을 했다고 하는군요. "오보에가 좋은 멜로디를 연주할 동안 난 그냥 서 있어야 하다니." 바이올리니스트 라켈 바톤 파인은 그게 다 프랑코-벨기에 악파의 거장들이 갖는 독주 바이올린의 선입견 같은 것이라 설명했죠. 브람스가 그 사정을 알 필요는 물론 없겠습니다.
제3악장 Allegro giocoso - ma non troppo, vivace. D장조 2/4박자. 론도 소나타 형식
3악자의 론도는 헝가리 출신인 요아힘에게도 기꺼운 배려였을 것입니다. 물론 브람스 자신이 헝가리 민속선율을 원래 아끼긴 했습니다. <헝가리 춤곡>을 거론할 필요도 없겠고요. 그 역사적 배경에는 헝가리 음악가들이 전쟁 때문에 독일에 이주할 수 밖에 없었던 정황이 있다고 언젠가 설명했던 것 같습니다. 대번에 기억할 만큼 명쾌하고 리드미컬한 악장이죠. 카덴차를 지나서 마지막 코다 부분에서는 행진곡 풍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걸음이 이채롭습니다.
글 출처 : 클래식 명곡 대사전(이성삼, 세광음악출판사)
2. Concerto For Violin, Cello & Orchestra, in a minor, Op.102
작품의 개요 및 배경
흔히 약칭해서 ‘이중 협주곡’(Double Concerto)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브람스의 마지막 협주곡이자 마지막 관현악곡이다. 브람스가 이 사실을 얼마나 의식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브람스의 나이 54세였고 그에게는 아직 10년의 삶이 남아 있습니다. 이 작품은 여러 모로 그 의의에 걸맞은 내용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브람스가 추구했던 ‘교향적 협주곡’ 양식의 근원을 가리키고 있으며, 동시에 열정적이면서도 차분하고, 치밀하면서도 중후한 울림을 지닌 그의 독자적인 관현악 세계의 한 극점을 비춰줍니다. 다시 말해 이 협주곡에는 브람스가 그때까지 쌓아 왔던 작곡 경험이 총체적으로 집약되어 있습니다고 하겠습니다. 아울러 그 이면에는 요아힘과의 우정에 얽힌 함의도 있는 듯하지요.
브람스는 이 협주곡을 1887년 여름 스위스의 툰(Thun)에서 작곡했습니다. 베른에서 남쪽으로 3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 이 작은 도시는 드넓은 툰 호수에 면해 있으며 주위에는 베르네제 오버란트의 영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습니다. 브람스는 1886년부터 1888년까지 여름 시즌을 이 고장에서 보내면서 주위의 장엄하고 수려한 풍광에 어울리는 작품을 썼는데, 이 협주곡에 펼쳐져 있는 웅대한 악상 역시 그러한 환경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 협주곡은 애초에 그의 다섯 번째 교향곡으로 구성되었지만, 결국 바이올린과 첼로, 두 대의 독주악기를 기용한 협주곡으로 완성됩니다. 브람스가 중도에 계획을 변경한 데에는 아마 전년도에 역시 툰에 머물면서 첼로 소나타 2번, 바이올린 소나타 2번, 피아노 3중주 3번 등을 작곡했던 경험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이 협주곡은 고전파 시대의 ‘협주 교향곡’(Sinfonia Concertante) 또는 바로크 시대의 ‘합주 협주곡’(Concerto Grosso)을 연상시키는 형태를 취하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한편으론 그 변경이 한동안 소원했던 친구 요아힘과의 우정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루어졌을 개연성도 다분합니다. 그렇다면 브람스와 요아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1880년 가을, 브람스는 친구 요아힘의 부부싸움에 말려듭니다. 요아힘의 부인은 아말리 바이스라는 매력적인 가수였는데, 그 무렵 요아힘이 아내를 의심한 나머지 간통죄로 법정에 고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친구의 질투심 많은 성격을 잘 아는 브람스는 그 고소의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믿었고, 그래서 그는 아말리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서 그녀를 위로했는데, 공교롭게도 아말리가 그 편지를 법정에 증거물로 제출해버립니다.
당연히 요아힘은 큰 상처를 받았고 브람스에게 절교를 선언합니다. 브람스는 무척이나 안타까웠습니다. 아말리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그것이 바로 요아힘과의 참다운 우정을 위한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는 요아힘이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요아힘도 브람스를 이해하게 되었지만, 한번 틀어진 사이는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운 법, 어떤 계기가 필요하게 되지요.
'2중 협주곡’은 요아힘과 브람스의 우정을 가로막고 있던 벽을 허물고 관게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1883년, 브람스는 세 번째 교향곡을 요아힘에게 보내면서 친구의 옛 이름(유스프)을 부릅니다. 요아힘은 이를 반갑게 맞아들였지만 그러나 아직은 조금 부족했였지요. 1887년, 새로운 협주곡을 작곡하면서 요아힘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관계는 그제야 비로소 회복됩니다. 두 사람이 클라라 슈만의 집에 모여 그 협주곡을 처음 연습하던 날 클라라는 일기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이 협주곡은 일정 부분 화해의 의미를 지닌 작품이고, 요아힘과 브람스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이렇게 보자면 이 곡의 바이올린 독주부에는 요아힘의 모습이, 첼로 독주부에는 브람스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는 식의 추측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두 악기는 첫 악장에서는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격렬한 언쟁을 벌이다가, 다음 악장으로 넘어가면서 한결 차분한 어조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모습을 연출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악장에서는 한바탕 어우러지며 우정의 회복을 자축하는 윤무를 펼치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Allegro, a단조, 4/4박자, 소나타형식.
A단조, 4/4박자. 이 악장의 개시부는 인상적인데, 특히 형식면에서 이례적인 모습이 돋보입니다. 즉 통렬한 관현악의 총주로 시작된 직후 두 독주악기가 주도하는 카덴차 등의 부분이 상당히 길게 이어지는 것이지요. 이것은 물론 베토벤이 피아노 협주곡 4번과 5번에서 선보였고 브람스 자신도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 시도했던 기법이지만, 여기서는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 거의 서주에 준하는 수준으로 확장해 놓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시부는 이 카덴차 풍의 서주가 지나간 다음에야 본격적으로 나타나는데, 제1주제는 첫머리에 총주로 나타났던 동기를 확장시킨 것으로 강렬하고 웅대한 느낌을 주며, 바이올린과 목관이 제시하는 제2주제는 보다 경쾌하고 여유로운 인상입니다. 그런데 이 제2주제는 브람스와 요아힘이 젊은 시절에 함께 즐겨 연주했던 비오티의 <a단조 협주곡>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작품의 곡에는 두 사람의 오랜 우정의 모토에서 착안한 ‘F-A-E’(Frei, aber, einsam: 자유롭다, 그러나 고독하다) 동기가 변형되어 녹아 있기도 합니다.
제2악장 Andante, D장조, 3/4박자, 메뉴에트의 트리오 형식.
D장조, 3/4박자. 호른이 그윽한 울림을 꺼내놓으면 목관이 메아리처럼 응답하는 시작 부분은 이 곡이 작곡된 알프스의 풍광을 환기시킵니다. 그 수려하고 한가로운 경치 속에서 두 독주악기가 나누는 대화는 은근하면서도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며, 정점에 다다르면 한껏 고양된 감흥을 분출합니다.
제3악장 Vivace non troppo. a단조 , 2/4박자. 론도 형식
자유로운 구성으로, 처음의 중성부 선율로 전체적인 안정감을 꾀함. 기품을 느끼게 하는 악곡이다.
글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3.01.16,황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