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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Track 1 ~ 26 : Martha Argerich, piano
Track 27 ~ 30 : Stanislav Bunnin, piano

Total timing 01:01:11


1. Prelude Op 28. No.1 ~ No.24.

작품의 개요 및 배경

쇼팽의 피아노 작품은 어느 곡 하나 빼어나지 않는 것이 없지만, 이 <전주곡> 작품 28이야말로 가장 쇼팽다운 영롱함으로 가득 차 있다. 쇼팽이 <전주곡>을 쓰기 시작한 것은 1836년부터인데, 이 때 쇼팽은 리스트의 소개로 알게 된 파이 사교계의 여걸 죠르주 상드와 함께 마요르카 섬으로 사랑의 도피행각을 떠날 때였다.

그보다 전해인 1835년에 쇼팽은 드레스덴에서 어릴 적 친우였던 마리아 보젠스카와 사랑에 빠졌으나 결국 성사되지 못하고 드레스덴을 떠나 파리로 되돌아 온 적이 있다. 이 때 보젠스카에게 남겨 준 곡이 작품 59의 1인 <이별의 왈츠>였다.

첫사랑인 콘스탄치아 글라드코프스카와의 이별, 뒤이은 보젠스카와의 두번째 이별, 그리고 나서 만나게 된 사람이 바로 '제3의 여인'이라고 불리는 상드였던 만큼, 이 때의 쇼팽은 심신으로 나른한 상태에 있었다. 말하자면 쇼팽과 상드는 전혀 상반된 심리상태에서 그 반대쪽의 이성을 갈구하게 되었던 바, 이러한 복잡요인이 그들 두 사람을 불붙는 정열의 노예로 사로잡아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마요르카 섬은 그들에게 쾌적한 사랑의 도피처를 제공해 줄 수는 없었다. 우기에 접어든 날씨 때문에 지독한 고생을 했고, 그래서 이 <전주곡집>에는 비와 관계된 곡이 어슴프레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쇼팽은 평소에 바흐를 몹시 존경하였고 그의 피아노 작품들을 즐겨 연주하기도 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은 쇼팽이 가장 애주(愛奏)하는 곡이어서 자연히 이 곡에 자극을 받고 있었다.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이 낱낱의 소품들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전체적인 통일미를 잃지 않고 있듯이, 쇼팽도 이 <전주곡집>을 쓰면서 그러한 생각을 염두에 두고 한곡 한곡 써나갔다. 때문에 전 24곡으로 이루어진 <전주곡집>의 다채로운 표현들은 전체적으로 훌륭한 균형감각과 통일성에 의하여 견고하게 구축되고 있다.

하나하나의 곡들은 지나치게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으면서 완전히 충족된 표현의 세계에서 약동한다.
그 모든 전주곡들은 충분히 연마되고 갈구되어진 한 청년의 내면의 굴절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전 24곡의 곡들이 짜임새 있는 대곡으로 연주되어야 할 것이지만, 어느 곡을 단독으로 연주해도 충분히 아름답고, 충분히 색채적이다.

그러나 쇼팽은 극히 정적이면서도 로맨티시즘에 무작정 떠밀려 다니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24곡의 전주곡들에서 견실한 결정미(結晶美)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 <전주곡>집은 24편을 쉬지 않고 연주하거나 감상함으로서 만이, 쇼팽이 그리고자 하는 아름다움의 세계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01. Prelude No.1 in C major - Agitato
- 사랑하는 이를 애타게 기다리며 -
연주시간이 1분이 되지 않는 짤막한 곡이다. 2/8박자라는 다소 특이한 박자를 취하고 있으며 밝고 경쾌한 느낌을 전해준다. 즉흥적인 성격이 강한 곡이지만 선율선의 포인트가 중반 이후에 강음으로 옮겨진다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흥풍인데 정열적이며 효과적인 피아니즘을 지니고 있는 활발한 곡이다. 선율이 중간 음역에 연주되는데, 이것이 격한 정열을 느끼게 한다. 이른바 사랑하는 사람을 몹시 기다려 동경한다는 부제가 붙어 있다.

02. Prelude No.2 in a minor - Lento
- 슬픔 명상, 아득히 보이는 쓸쓸한 바다
낮은 음에서 시종 반복되는 우울한 리듬을 타고 우울한 선율이 노래하듯이 흐른다. 이 우울함을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으며 왼손의 집요한 선율을 띤 리듬을 잘 노래 시키는 것이 곡의 포인트가 된다. 느릿하게 연주되는 우울한 곡이다. 슬픈 명상에 잠겨 멀리 바라보는 적적한 바다를 연상케 한다. 기교적으로는 어렵지 않지만 해석에 있어서는 난점이 있다. 부단하게 움직이는 바다의 느낌. 곡 전체는 4회 반복하는데 그 때마다 조성은 변화하여 전체적으로 극히 불안정하다.

렌토, 2/2박자. 우울하고 무거운 화음 위에서 짧은 악상이 네 번 되풀이되는 곡. 되풀이될 때마다 다루는 법이 다르다. 왼손의 두 마디의 서주 다음에 악상이 나타난다. 조성은 종잡을 수 없어 처음에는 E단조로 시작하여 G장조로 바뀐다. 악상이 두 번째 반복될 때에는 B단조로 시작하여 D장조를 암시하지만, 불확실한 채 세번째는 A단조로 향한다.

네번째, 즉 코다에서는 무거운 연주가 사라지고 악상의 후반부만 단일음으로 연주된다. 이어서 잠깐 동안 밝은 E장조의 화음 위에서 끝나는 것처럼 보이다가, 마지막에 다시 A단조로 돌아가 그 아르페지오에 의한 으뜸화음 속에 흡수되어 버린다. '독창성을 잘 발휘한, 절망적이고 초조하게 만드는 곡이다. 불균형한 선율이다.'라고까지 하네커는 평가한다. 마조르카 섬에서 요양하는 동안 작곡되었다고 추측해 왔으나, 그 보다 더 빨리(일설에는 1831년) 쓰였다는 견해도 있다.

03. Prelude No.3 in G major - Vivace
- 시내의 노래 -
왼손의 유창하고 날렵한 움직임이 매우 인상적인 곡이다. 선율은 강한 싱커페이션을 띠고 있다. 마지막에 왼손의 움직임을 흉내낸 움직임이 양손에서 동시에 전개되고 살며시 곡을 끝마친다. 프랑스풍의 곡이라는 이도 있지만 흐르는 듯한 왼손의 움직임에 정서가 깃든 독특한 맛이 풍기는 선율이 전개된다. 전체적으로 섬세한 정취가 넘치고 있다.

 
04. Prelude No.4 in e minor - Largo
- 무덤가 -
2,3,4마디에 붙어 있는 C음은 충분히 끌어 주어 구슬픈 선율을 잘 살려 줄 필요가 있다. 쇼팽 스스로 이 곡을 매우 좋아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의 장례식에서 연주되기도 했던 곡이다. 애수가 깃든 우아한 맛이 풍기는 곡인데, 조용한 데서부터 격렬한 슬픔에의 극적인 진행을 보일 때 마음 깊이 육박한다. 이 보석과 같은 작품만이 시인으로서의 쇼팽의 이름을 영원히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하네커는 말하였다.

 
05. Prelude No.5 in D major - Allegro molto
- 노래 소리에 찬 나무 -
가볍고 화려한 분산화음들 사이에 단순하지만 우아한 선율이 떠오른다. 5마디째부터는 액센트를 가진 8분음표 없이 16분음표의 분산화음만으로 발랄한 악상을 전개해가며, 이러한 형태를 반복하다가 곡은 갑작스럽게 끝난다. 리듬과 선의 움직임이 재미있는 곡으로서 빠른 템포의 현란한 곡이다. 행복하고 밝은 기분에 차 있다. 곡상의 변화는 이 동일한 음형의 화성적인 변화라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06. Prelude No.6 in b minor - Lento assai
- 향수 -
매우 시적인 음악이다. 선율은 왼손에서 느긋하게, 그리고 우울하게 흐르며 오른손은 단조롭게 흔들리는 듯 한 리듬만을 집요하게 반복한다. 마지막에 이르러 이 리듬은 더듬거리면서 정지하고 ppp로 조용히 끝마친다. 이른바 <빗방울 프렐류드>라 말하는 것은 제 15번 Db장조이지만 이 작품 또한 <빗방울>이라는 이름으로 통한다.

조르즈 상드가 마조르카 섬에서 지낼 때 쇼팽을 두고 외출했다가 새벽녘에 돌아와 보니 그가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그 때 비가 멎고 처마 끝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곡에 반영시켰다는데, 그 때의 작품이 이 전주곡이라는 것이다. 곡은 음울하고 무거운데, 왼손으로 선율을 울적하게 움직이는 비길 데 없는 아름다움이 잠재되어 있다.

     
07. Prelude No.7 in A major - Andantino
- 좋은 기억 속을 향내처럼 즐거운 추억이 감돈다 -
이 곡의 선율은 6번 전주곡의 선율동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마주르카 풍의 단순한 선율이지만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시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불과 17마디의 짧은 곡이며 선율과 화성도 극히 단순하지만, 그 깊이는 만만치 않다. 극히 짧은 곡인데, 마주르카풍의 묘미가 있다. 이 곡은 두도막 형식으로서 폴란드의 향취가 짙은 선율에는 애수가 깃들어 있다.

 
08. Prelude No.8 in F# major
- 눈은 펑펑 내리고 바람은 불고 폭풍은 사납게 울부짖는데, 내 마음 속엔 더욱 사나운 폭풍이 인다 -
정신 없이 휘몰아치는 듯 한 악상이다. 피아노라기보다는 오히려 바이얼린의 주법을 연상시키는데, 중간부를 제외하고는 약음으로 연주하는 부분이 많으므로 그 긴장감을 더욱 극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

선이 굵은 선율을 음표로서 장식한 곡인데, 음형 자체는 다르지만 제 1번과 같은 수법으로 썼다. 주된 선율은 전곡을 통해서 오른손의 엄지 손가락으로 친다. 즉 으뜸 선율은 내성부에 두었으며 오른손의 남은 손가락으로 32분음표의 음형을 장식적으로 진행시키는데, 그 움직임에서 선율의 음을 옥타브 위에서 항상 중복해 간다. 곡의 구조는 세도막 형식인데, 장식음에서 멜로디를 부상시키면서 연주하려면 많은 기술이 요구된다.

 
09. Prelude No.9 in E major - Largo
- 폴란드의 최후 -
이 곡의 경우 'Largo'라는 속도기호가 주는 인상은 '느리다'라는 것과는 완전히 별개의 것이다. 폴로네에즈적인 싱커페이션을 동반한 선율과 중후하고 단호하면서도 생기 있는 악상이 이 곡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무겁고 장엄한 곡으로서 낮은 성부와 높은 성부의 선율을 대립시킨다. 그의 전주곡 중에서는 큰 구성이라 하겠는데, 이 곡은 폴란드의 말로를 연상케 하는 만가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10. Prelude No.10 in c sharp minor - Allegro molto
- 날아오는 화전 -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마주르카. 연주에 따라 초반의 하행하는 셋 잇단음표에 박자의 액센트를 두기도 하지만 4, 5마디째의 선율에 마주르카의 독특한 리듬을 살리는 것이 좋다. 화려한 연습곡풍이며 간단한 즉흥적인 곡이다. 해학이 이 화사한 전주곡에 표현되어 있다. 4마디의 1악구가 네 번 되풀이된다. 마지막에 힘찬 해학적인 일면을 볼 수 있는 유희의 기분이 부각되어 있다.

 
11. Prelude No.11 in B major - Vivace
- 젊은 처녀의 소원 -
우아하고 경쾌한 악상이라는 점에서 3번과 유사하지만 시원스러운 맛은 덜 한 대신, 아기자기하고 반짝이는 듯 한 즐거움이 있다. 세련되고 쇼팽다운 곡으로서 즐거운 정감이 느껴진다. 간결하고 경쾌한데, 구성에 있어서는 자못 교묘하며 두도막 형식이다. 젊은 소녀의 기원인 듯 공상적이며 내성적이고 묘한데, 사랑의 마음을 강하게 호소한다.

 
12. Prelude No.12 in g sharp minor - Presto
- 말을 타고 달리는 밤 -
3박자를 취하고 있지만 이 곡은 스케르초와도 마주르카와도 틀리다. 악상은 대단히 맹렬하며, 응축된 에너지감은 참으로 일품이다. 흐름은 자잘하게 나누어지는 액센트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의 큰 레가토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열적인 곡인데, 침착하며 애수를 느끼게 한다. 반음계적으로 계단을 하나하나 옮겨 디디는 장중한 맛이 풍긴다. 이것이 여러 갈래의 조바꿈으로 진행되면서 당당하게도 장대한 광경을 보인다. 마지막 코다에 이른다.

     
13. Prelude No.13 in F sharp major - Lento
- 고향을 멀리 떠나 별을 우러러 보며 아득한 연인을 생각한다 -
장조의 클라이막스를 이루는 곡이다. 또한 이 곡에 이어지는 단조는 d-sharp단조가 아니라, e-flat단조로 나타난다. 요컨데 하나의 일관된 흐름이 있고, 그 흐름은 이 곡에서 갑자기 끊어져 버린다. 녹턴풍의 몽환적인 선율이 왼손의 나른한 분산화음을 타고 흐른다. 정확하게는 '선율'이 아니라 화음이다. 조성이 가지는 환상적이고 한편으로는 달콤한 분위기가 적당한 퇴폐성을 가지고 있으며, Piu lento로 나타나는 중간부의 동기는 쇼팽 음악의 한 극한을 보여준다.

녹턴풍의 온화한 곡으로서 전주곡 중에서는 가장 아름다우며 멜로디가 풍부하다. 마치 달밝은 밤에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기분으로서 성악적이며 기교적이다. 기교적으로는 무난하다고 하겠지만 내면적인 선율을 전개하는 데는 숙련이 필요하다. 마지막 코다의 취급이 또한 절묘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14. Prelude No.14 in e flat minor - Allegro
- 폭풍의 바다 -
Oxford판에는 속도가 'Largo'로 지시되어 있다. 피아노 소나타 2번의 마지막 악장과 대단히 유사한 악상이다. 건조하고 무표정한 화성이 연신 시무룩하게 울린다. 2번 소나타의 피날레와 비교한다면 수직적인 화성진행이 훨씬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음악의 무게도 이 전주곡 쪽이 훨씬 무겁다. 마치 폭풍우의 바다를 연상케 하는데, 환상적인 분위기에 차 있다. 3잇단음표의 음형이 시종 움직이는데, 전곡을 통해 투쟁적인 정열에 차 있다.

     
15. Prelude No.15 in D flat major - Sostenuto
- 빗방울 전주곡 -
곡 전체를 통해 끊임없이 들려오는 A-flat(혹은 G-sharp)음 때문에 '빗방울'이라는 제목이 붙은 유명한 곡이다. 꼭 A-flat음이 아니라도, 이 곡은 비 오는 날의 분위기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 창문 밖으로 비 오는 거리를 내다본다거나, 처마 밑에 서서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고 있는 듯 한 지극히 매력적인 분위기가 이 곡에 살아있다. 중간부에서 곡은 c#단조로 전조되어 먹구름이 낀 듯한 불안정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사실 이러한 불안정함도 무척 편안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사랑하는 아기를 달래어서 잠들게 하는 어머니의 마음, 어머니도 꿈의 나라에 있다. 꿈은 무서운 꿈이었다. 우리 아이의 운명은 교수대에서 끝난다는 말을 듣게 된다. 너무 놀라서 지른 자기의 목소리에 꿈은 깨었다. 깨어나 어머니 마음은 아직도 두근거린다. 조르주 상드는 '수도원의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연상케 한다'라고 평했는데, 오늘날에는 <빗방울 전주곡>으로 유명하다.

쇼팽은 발데모사 수도원에서 폴로네이즈 A장조와 녹턴 F단조를 비롯한 여러 작품을 작곡하고, 24개의 전주곡을 완성했다. 여기서 작곡한 그의 전주곡들 가운데 빗방울 전주곡은 가장 널리 알려져 사랑을 받는 곡이다. 고음부는 빗방울 소리 같은 단조로운 음향이 끝임 없이 울리고, 저음부는 울적한 선율이 구슬프게 깔리는 이 곡에는 애처로운 일화가 전해진다.

쇼팽의 약을 구하러 팔마로 나갔던 상드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길을 되짚어 돌아오니 방안에는 더욱 세찬 빗방울이 건반에서 흘러 넘치고 있었다.

"사랑하는 조르쥬 내 앞에 서있는 건 분명 당신이겠지? 난 당신이 급류에 휘말리는 환영을 봤단 말이오. 대체 어찌된 일일까, 내 가슴도 분명히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부드러운 햇살이 흘러 넘치는 발데모사 수도원의 지붕. 하지만 150년 전 어느 폭풍우 치던 밤 쇼팽이 착각했던 물소리는 바로 저 지붕 위에 떨어지던 비의 음향이었던 것이다.

     
16. Prelude No.16 in b flat minor - Presto con fuoco
- 나락의 골짜기 밑바닥을 향한 길 -
악상기호대로 거칠게 질주하는 곡이다. 맹렬한 박력을 지니고 있으며(Op10-4의 c-sharp단조 연습곡과도 통하는 데가 있다) 리드미컬한 왼손의 반주가 주는 스피드감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종종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게 하지만, 곡의 끝맺음은 극히 상쾌하다. 이 곡은 전주곡집 전체를 통해 하나의 클라이막스를 이루고 있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전환점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서주의 화음에 뒤이어 연습곡풍인데, 강렬한 정열에 차 있다. <지옥의 골짜기에의 길>이라고 비유한 이도 있지만 기교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17. Prelude No.17 in A flat major - Allegretto
- 그 여자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잔잔한 반주를 동반한 화음의 칸타빌레이다. 두텁게 겹쳐진 화음의 맨 윗음이 선율을 노래하고 길게 테누노되는 음이 하나의 동기를 마감한다. 연습곡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따사로운 선율은 편안함을 느끼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루하다는 느낌도 받게 한다.

 
18. Prelude No.18 in f minor - Allegro molto
- 저주 -
2/2박자 (파데레프스키판에서는 4/4박자) 갑작스레 신경질적인 악상이 나타난다. 한 마디 내에 accel, rall의 두 가지 루바토가 쓰이도록 작곡된 듯 하다. 오페라의 레치타티보처럼, 날카롭게 중얼거리는 듯 한 악상, 그리고 클라이막스에서는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고, D-flat유니즌의 격렬한 트레몰로와 격한 스타카토로 곡을 끝맺는다.

 
19. Prelude No.19 in E flat major - Vivace
베토벤에게 있어 이 조는 흔히 영웅적인 과시를 나타내는 조였으나, 쇼팽에게 있어서의 이 조는 즐겁고 따사로운 분위기를 나타내는 조성인 것 같다. 더욱이 그 델리킷 한 악상은 이 곡을 연주하는 데에 요구되는 고도의 기교를 거의 의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리스트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 이런 부분이다.

 
20. Prelude No.20 in c minor - Largo
- 장송 행진곡 -
마찬가지로 베토벤의 c단조는 비극적이고, 웅대한 조이지만 쇼팽의 c단조는 비장하고 구슬픈 느낌의 조성인 것 같다. 남성적이고 도덕적인 베토벤과 여성적이고 퇴폐적인 쇼팽의 대조적인 특성이 조성에 대한 성격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곡 전체에 일관되게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으며, 또 단조로운 악상 속에 다양한 표정이 숨어 있다.

     
21. Prelude No.21 in B flat major - Cantabile
- 맹세했던 추억의 장소로 혼자 쓸쓸히 돌아간다 -
한없이 우아하고 감미로운 선율이 곡 전체를 일관하고 있는 곡이다. 오른손은 선율을, 왼손은 기타의 반주처럼 달콤하고 교묘한 분산화음을 연주한다. 장식음은 이 곡의 귀족적이고 단정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22. Prelude No.22 in g minor - Molto agitato
- 반항 -
다시 한번, 분노가 출현한다. 18번과 마찬가지로 이 분노는 해소되지 않고, 들끓는 가운데 종료되어버린다. 양손이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싱커페이션을 지닌 프레이즈가 흥분된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다.

 
23. Prelude No.23 in F major - Moderato
- 물의 여신의 장난 -
E-flat장조에 대한 자세는 베토벤과 틀리지만 F장조에 대한 개념은 동일한 듯 하다. 목가적이고 자연스런 분위기가 곡을 통해 흐르듯이 흘러나온다. 가볍고 유려한 선율이 이 곡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24. Prelude No.24 in d minor - Allegro Apassionato
- 젊은 피, 일락, 죽음 -
왼손의 격렬한 움직임이 주체할 길 없는 분노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선율은 정열적이며, 계속해서 나타나는 스케일이 터질 듯 한 감정을 해소하고 있는 것 같다. 트릴, 스케일, 하강하는 아르페지오, 3도 등등 다양한 기교들이 등장하고, 크게 움직이는 왼손의 움직임 위에 정열적인 선율이 노래되다가 갑작스런 하강에 뒤이은 커다란 세 개의 D음으로 곡을 끝맺는다.

쇼팽의 전주곡이 가지는 음악적인 감흥을 글로 설명하려면 형용사의 부족을 자꾸만 느끼게 된다. 이 곡들이 하나가 되어 가지는 아름다움을 굳이 표현하려면, 빛이 투과되고 있는 스테인드글라스에 비유하면 될까? '전주곡'이 가지는 음악적인 수용력은 무궁무진 하므로, 누구의 연주는 좋고, 누구의 연주는 나쁘다고 생각할 것 없이, '이것은 이래서 좋고, 저것은 저래서 좋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즐겁게 감상하는 것이 이 곡에 대한 최선의 접근책이 될 것이다.

글 출처 : 오작교의 테마음악방

2. Prelude in c# minor. Op.45 - Sostenuto

작품 28의 <24개의 전주곡> 이외에 전주곡이란 이름이 붙어 단독으로 발표된 작품이다. 1841년 빈의 출판사 메케티가 본의 베토벤 기념비 설립을 위한 기금을 모으기 위해 기획한 "베토벤 기념앨범"에 수록할 작품으로 작곡되었다.

녹턴풍의 느낌을 가진 전주곡으로, 어쩌면 즉흥곡이라고 하는 편이 내용에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이곡에서 조바꿈이 너무나도 정교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며, 그 대담한 화성의 취급은 과연 후기의 쇼팽답다. 작곡은 1841년 8~9월, 출판은 1841년, 엘리자베트 체르니헤프 공작부인에게 헌정되었다.

4마디의 후주에 이어 녹턴풍의 선율이 나온다. 이 선율을 몇번이나 되풀이되면서 조바꿈해 간다. 중간부(35~66째마디)도 동일한 주제에 의한 것인데, 불안정한 진행을 보여 브람스풍의 분위기마저 느끼게 한다. 다시 첫머리 부분이 단축된 재현. 마지막에 아 피아체레(자유롭게)로 연주되는 약음(弱音)의 카덴차가 나오면서 코다로 이어진다.

3. Prelude in Ab major. Op.posth

20세기에 들어와 자필악보가 발견되었으며, 1918년에 출판된 작품. 자필악보에는 1834년 7월 10일이라고 날짜가 적혀있다. 명 피아니스트이자 제네바 음악원 교수였던 피에르 볼프에게 헌정되었다. 쇼팽 자신은 특별히 이곡에 대해 '전주곡' 이라는 제목을 붙이지 않았지만, 짧고 단순한 구성, 경쾌하고 피아노적인 악상 등 전주곡에 어울리는 내용을 가지고있다. 곡은 프레스토 콘 레지에레자, 2/4박자. 첫머리의 4마디의 악절이 중심이 되고, 전체는 16분음표를 중심으로 한 경쾌한 움직임으로 일관되어 있다.

4. Impromptu No.1~4

작품의 개요 및 배경

즉흥곡이란 순간적인 기분에 따라 악곡을 진행하는 형태를 말한다.
쇼팽이 쓴 즉흥곡은 4곡이 있으며 <제1번, 4번>이 유명하다. 특히 제 4번 환상 즉흥곡은 1834년의 작품으로 ‘환상’이란 제목은 그가 죽은 후 붙여졌다. 그는 생전에 이 곡을 무척 아꼈으며 죽은 후에 파기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지금에 와서는 4곡의 즉흥곡 중 가장 널리 연주되고 있다. 화려한 기교, 감미로운 선율이 매혹적이다.

작품 28의 프렐류드와는 달리 네개의 즉흥곡들은 세트로 출판이 되지 않았다.
가장 처음 작곡이 되었던 것은 흔히 환상즉흥곡이라고 불리는 곡으로 25살이던 1835년에 작곡이 되었지만 죽은 후에야 출판이 되었다. 그래서 현재의 작품번호는 가장 늦은 66번으로 되어 있다.

c# minor의 이 곡은 네 Impromptus중 가장 첫눈에 반하게 되는 곡으로 turbulent한 처음과 끝부분이 가운데의 쇼팽음악 중 가장 서정적이고 우아한 멜로디의 가운데 부분을 앞뒤로 감싸는 3부형식으로 되어있다. 이 두 부분의 강렬한 대비는 쇼팽이 즐겨 사용한 기법으로 발라드 2번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쇼팽이 왜 이 C sharp minor Impromptu의 출판을 미뤘는지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 다양한 의견이 있다.
일부 쇼팽학자들은 빠르고 격정적인 처음과 끝부분이 Ignaz Moscheles의 E flat Impromptu와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설명하기도 하고 다른 학자들은 쇼팽 자신은 이 곡을 그리 자랑스러워하지 않았고 감추고 싶어했었다고 한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01. Impromptu No.1 in A-flat major Op.29
1837년에 작곡된 이 곡은 다른 즉흥곡보다 가장 맑고 깨끗한 곡이다. '환상곡'으로도 불리우는 이 곡은 조르즈 상드와의 사랑이 시작된 때에 작곡된 것이라서 그런지, 깨끗하고 밝으며 매혹적이다.

가장 밝은 느낌의 작품 29의 A flat Impromptu는 1837년에 작곡되고 출판되었다. 이곡 역시 3부분의 형식이지만 그 대비는 그리 극적이지 않다. 중간부를 제외한 전체를 통해서 소란스럽고 야유하는 듯한 날쌘 음들이 계속되고 있으며 좌우 양손에 의한 셋잇단 음표의 연속으로 이루어지는 흔들리는 듯한 음형은 강가에 펼쳐진 숲 사이로 햇빛이 흔들리며 비추는 듯 매우 매력적이다. f minor의 중간부 Trio에서는 온화하고 침착한 정서로 옮겨 대범한 가락이 노래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소란스러운 주 선율로 되돌아가고 종결부로 이어진다.

02. Impromptu No.2 in F-sharp major Op.36
1839년의 작품으로 Chopin의 4개의 즉흥곡 중에서 가장 시적인 곡인데, 왼손에 의한 꿈결 같은 악구로 시작되는 녹턴 풍 곡이다. 작품 36의 F sharp major는 1번과 같은 멜로디의 아름다움이나 형태의 균형은 없지만 대신 정서의 깊이라든가 박력에 있어서 뛰어나다. 이것은 표현 형태에 있어서 발라드의 서술적 요소와 녹턴의 명상적인 요소를 구비하고 있다.

곡은 종소리와도 같은 낮은 음부 위에 우울한 멜로디가 울리는 녹턴풍의 모습이 보인다. 이윽고 화음의 연속에 의한 몽롱한 분위기로 변한다. 이어서 D major의 화려한 삽입구가 끝나면 다시 녹턴풍의 가락이 F 장조로 나타난다. 다시 으뜸조로 되돌아와서 으뜸가락은 장식과 변화가 덧붙여져서 한층 처리되는데 특히 32분 음표의 음계가 동행하고 있는 악행은 가히 매력적이다. 끝부분의 8도의 화음이 인상적이다.

03. Impromptu No.3 in G-flat major Op.51
1842년에 작곡된 곡으로 첼로에 의해 멜로디가 노래한다. 코다의 화음적인 진행이 이 곡의 종결부를 긴장시킨다. G flat major 작품 51에 대한 해석은 쇼팽의 전기작가인 니크스의 말을 인용하겠다.

"반대방향으로 뱀처럼 꿈틀거리고 가는 2성부간의 리듬의 움직임과 가락의 형태는 즉흥곡 1번과도 비슷하지만 양자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초기의 곡은 생생한 신선함에 특징이 있으며 후기의 그것은 열병적인 불안과 희미한 애조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느슨해지고 기운이 없는 반음계적인 진행과 3동 6도의 연속의 결단이 없는 동요가 있은 다음, 중간부보다 큰 안정, 특히 D flat 장조에 있어서 온화해진 힘과 열정적인 웅변은 뛰어난 효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우울하고 불쌍한 반음계 패시지와 도움음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리하여 걱정스러운 듯하고 숨이 끊긴 반주가 정세를 결코 쾌활하게 하지 않는다. 이 곡은 자체로는 매우 아름다우나 결코 구제되지 못할 것, 혹은 적어도 지극히 구제하기가 어려운 것으로서 건강은 커녕 병적인 것이다."

04. Fantasie-Impromptu (No.4) in c-sharp minor Op.66
곡은 3부형식으로 구성되어 주부는 처음 네 마디의 서주다음에 왼손의 여섯잇단음표에 대해 바른손, 즉 고음부의 16분음표의 음상으로 조화되는 화려한 악장으로 시작된다. 리듬이 서로 다른 바른손과 왼손의 음형이 교차하는 가운데 생기는 일종의 환각이 주부의 주상이라 하겠다.

이 주부는 알레그로 아지타토의 2분의2박자지만 중간부는 d플랫장조의 4분의4박자로 모데라토 칸타빌레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중간부는 극히 감상적이며 아름답고 애수적인 선율이 여러차례 되풀이 되어 듣는 사람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이 중간부가 끝나면 다시 처음의 주부가 복귀되어 재현된다. 코오다는 중간부의 선율이 저음부에 회상되어 여운이 오래오래 남는 인상적인 효과를 낸다.

1834년 Chopin이 파리에서 작곡한 매우 감미롭고 매력적인 곡이며, 생전에 그 자신이 애지중지하기로 유명했던 곡이다. Chopin은 이 곡을 항상 악보 사이에 끼우고 다녔을 뿐 아니라 출판조차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원래는 에스테 부인에게 헌정하려고 착수한 곡이라 추측하고 있으며, Chopin의 사후 유작으로 출판되었다. 곡의 흐름이 매우 감미롭고 아름답다.

쇼팽이 24세 무렵에 쓴 작품으로 추측되는데 최종 원고로 여겨지는 자필 악보(데스테 부인의 악보철에 들어있던 것으로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이 소유하고 있었음)에는 "파리에서 1835년 금요일"이라고 적혀있다. '환상'이라는 제목은 그 때 붙여진 것이다.

쇼팽이 출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아서 헤들리는, 모셸레스가 1834년에 낸 즉흥곡이 이 곡의 주제와 비슷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또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이 곡이 데스테 남작 부인에게 팔린 것(자필 악보에는 "데스테 부인을 위해 작곡"이라고 적혀있다) 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폰타나 판은 초고의 필사보에 바탕을 두면서 폰타나가 직접 개정을 했기 때문에 최종 원고와는 상당한 차이를 낳고 있다.

작곡은 1834년 경, 최종 원고는 1835(?)년, 데스테 부인에게 헌정되었으리라 추측된다. 출판은 1855년. 센티멘털하다는 평도 있지만 복잡한 리듬에 신선한 요소도 들어있다.

글 출처 : 참마음 참이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