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Murray Perahia, piano
Academy of St. Martin-in-the-Fields
Neville Marriner, conductor

녹음 : Track 1-6, 1974 at CBS Studios, London
Track 7-8, October 1996. Russian Broadcast and Recording Department, Studio 5, Moscow

Total Time 00:06:01

1-3. Concerto for Pianos & Orchestra No.1 in g minor Op.26

작품의 개요 및 배경

멘델스존은 출판된 버전으로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다.
1830년부터 31년 사이 작곡한 [1번 협주곡 g단조 Op.25]와 1837년에 작곡한 [2번 협주곡 d단조 Op.40]이 그것이다. 멘델스존의 짧은 생애 가운데 중기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그런데 이 외에도 피아노 협주곡이 더 존재한다.

10대 무렵인 1823년과 24년, 누이인 파니와 함께 연주하고자 작곡한[2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E장조]와 [Ab장조] 두 곡을 작곡했고, 1822년에 [피아노와 현악을 위한 협주곡 a단조]가 뒤늦게 악보가 발견되었다. 이들 작품은 마이너 레이블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레코딩되어 비로소 알려지게 되었는데, 다들 화려한 로코코풍의, 어딘지 모차르트 초기 피아노 작품을 연상시키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앞서 언급한 바대로 멘델스존이 이끌어나갔던 일요일 음악회를 위해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이 최소 두 개 이상 더 작곡되었을 것이라 추측하지만, 정식 출판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 만큼 그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여기에 1838년에 작곡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레나데]와 [알레그로 지오코소 b단조 Op43], [피아노, 바이올린, 현악을 위한 협주곡 d단조]까지 넓은 의미의 피아노 협주곡 범주에 포함시킨다면,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작품수는 기존에 알려진 것에서 2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이 정도면 멘델스존이 피아노 협주곡에 쏟아부은 노력, 아니 피아노 협주곡이 그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장르였는지 수치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그의 피아노 협주곡들은 낮은 평가를 받으며, 그 적합한 권리를 얻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도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멘델스존의 수채화 루체른 풍경
피아노 협주곡 1번은 그림과 같은 따스한 분위기가 일품이다<출처 : wikipedia>.

그의 피아노 협주곡은 낭만주의 피아노 협주곡의 원형을 창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슈만이나 리스트의 협주곡이 보다 낭만주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엄밀한 관점에서 이들은 협주곡, 즉 Concerto라는 고전형식에 가깝다기보다는 랩소디 Rhapsody 혹은 콘체르트슈툭 Konzertstuck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연상시키곤 한다.

이에 비하면 멘델스존의협주곡은 고전적 협주곡 양식을 바탕으로 낭만파 특유의 서정, 이 시대에 만개하게 된 피아노 비르투오시티를 완벽하게 결합했으며, 베버에 의해 제창된 낭만파 정신을 반영한 새로운 피아노 협주곡 양식을 완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정신은 후일 프랑스의 카미유 생상스에 의해 고스란히 계승되었다.

한편 멘델스존의 피아노 솔로 작품들 또한 [무언가], [론도 카프리치오소], [엄격 변주곡] 외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의 작품 목록 가운데 교회음악만큼이나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피아노 작품들의 음악적 위상은 대단히 높다.

그의 [세 개의 전주곡]과 [세 개의 연습곡 Op.104]나 여러 변주곡들, 전주곡과 푸가와 같은 바로크 양식에 의한 작품들, [무언가]에 필적하는 새로운 형식인 [어린이를 위한 소품 Kinderstucke]이나 [음악노트 Albumblatt] 등은 대단히 혁신적인 동시에 지극히 낭만적인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피아노 작품이 아직까지도 교육적 측면만이 강조되고 있는 현상은 그의 피아노 협주곡 장르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1번 협주곡]과 [2번 협주곡]은 서로 상이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1번은 봄날의 곰처럼 포근하면서도 유쾌한 작품이라면, 2번은 다소 어둡고 사색적이며 내면으로 침잠하는 듯한 작품이다. 역사에서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와 같이 음악적으로 성숙한 걸작을 생산한 1844년 이후, 즉 생의 마지막 시기에 피아노 협주곡을 다시 한 번 썼다면 과연 얼마나 훌륭한 걸작이 탄생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20대의 멘델스존이 작곡한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형식적 완성도는 이미 완벽하기에 분명 발전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는 모습이 아쉽기만 하다. 여기서 유추해본다면, 그의 피아노 협주곡이 이토록 존재감이 없었던 것은 아직 성숙하지 않은 낯설은 완벽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1번 협주곡]은 멘델스존의 여러 협주곡 가운데 가장 먼저 출판된 작품으로 화려한 기교와 낭만적 열기를 충분히 갖춘 전형적인 낭만주의 협주곡이다. 1830년 이탈리아를 여행할 당시 이 작품을 쓰고자 마음먹었는데, 당시 [교향곡 ‘종교개혁’]을 발표하여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 독일 라이프치히에 있는 멘델스존이 사용하던 음악실<출처 : wikipedia>.

즉시 작곡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해를 넘겨 1831년 10월에야 전곡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초연은 그해 10월 17일 멘델스존 연주와 지휘로 뮌헨에서 이루어졌다. 이 곡은 당시 젊은 여류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높이고 있던 델피네 톤 샤우로트에게 헌정되었는데, 그녀에 대한 로맨틱한 여운만이 숨어 있을 뿐 명확한 사랑의 증거는 확인할 수 없다.

모차르트의 [E플랫 장조 협주곡 K271]이나 [베토벤의 4, 5번 협주곡]처럼 피아노가 가장 먼저 노래를 부르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2중 제시(double exposition)를 따르지 않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동일하게 주제를 연주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 그리고 3악장이 연속해서 연주되며 1악장 주제가 3악장에서 다시 제시된다는 것, 카덴짜 부분을 과감히 생략했다는 것 등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제1악장 Molto allegro con fuoco. g단조 4/4박자
여러 마디의 오케스트라의 도입에 이어 피아노가 그것에 답하는 것처럼 격한 감정을 지닌 주제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피아노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연주가 조용한 카덴차로 들어가 그대로 낮게 제2악장으로 옮긴다.

제2악장 Andante E장조 3/4박자
세도막 형식의 가요 악장이다. 비올라와 첼로가 이 악장의 주요 주제를 화려하게 연주하기 시작하면, 이윽고 피아노가 이것에 결부되어 간다.

제3악장 Presto - Molto allegro e vivace G장조 4/4박자
짧은 프레스토의 도입에 이어지는 절도 있는 제1주제는 대단한 기세로 오케스트라와 뒤엉키면서 종횡무진으로 전개되어 발랄한 불꽃이 튀는 듯한 정취가 흥분의 정상을 쌓으면서 마친다.

4-6. Concerto for Pianos & Orchestra No.2 in d minor. Op.40

작품의 개요 및 배경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를 숭배하는 문화는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각종 피아노 콩쿠르에서 직접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에 대한 문화는 19세기에 이미 시작되었다. 다만 19세기의 뛰어난 피아니스트들은 대부분 작곡가였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영국 버밍햄 페스티벌에서의 연주를 위해 작곡된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멘델스존의 연주로 초연되었다.

1837년 작곡된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세실 장르노와의 결혼 이후 이어진 행복한 시절에 작곡되었다. 하지만 이 결혼까지 멘델스존이 겪었던 것은 행복과는 정반대의 경험이었다.

멘델스존의 부인 세실 장르노(Cecile Jeanrenard) ▶

멘델스존은 실제로 자신의 부인이 될 사람을 찾기 위해서 프랑스로 건너갔다. 멘델스존의 가족들은 이것이 그의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깊은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1악장의 시작부분에서 들리는 놀라우리만치 어두운 시작에서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밝아지는 이 음악은 아마도 이러한 작곡가의 개인적인 경험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이리라.

작품의 구성 및 특징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비교했을 때, 2번은 훨씬 더 멜랑콜리와 애수어린 아이디어를 자주 드러내고 있다. 당시 멘델스존 문하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있던 영국 학생인 윌리암 록스트로(William Rockstro)는 훔멜의 〈9중주 d단조〉를 멘델스존과 공부하면서 이렇게 적고 있다.

“우리는 모두 공허한 실망감으로 보았던 것을 기억한다. 그가 첫 번째 화음을 연주한 후에 모든 학생들은 이 부분이 음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즉각적으로 느꼈다 ···멘델스존이 웅장한 화음을 연주하는 방식은 특별히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의 시작 화음이 주는 느낌은 아마도 록스트로가 느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고전주의의 협주곡과 달리 확대된 투티가 없다는 사실은 이 작품이 매우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피아노는 오케스트라의 안내 없이 시작과 거의 동시에 들어온다. 이러한 협주곡의 진행 방식은 그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1악장 Allegro Appassionato. d단조 4/4박자. 소나타 형식
카덴짜식으로 연주되는 서주로 시작하여 정상적인 제1주제가 오케스트라와 솔로로 제시되며, 다소 느린 제2주제와 함께 소나타 형식에 따라 발전되는데, 단순한 주제를 에워싸고 아르페지오나 패시지가 바느질을 하듯 질주하면 무언가를 향해 달려간다.

제2악장 Adagio. Molto Sostenuto . Bb장조 2/4박자
2악장 ‘아다지오 몰토 소스테누토’는 B♭장조로 되어 있다. 완전히 개인적인 방식으로 2악장은 베토벤의 느린 악장에서의 기도와도 같은 음악을 열망하고 있다. 특히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의 감성과 이 악장은 깊이 닿아있다. 아마도 이 곡은 멘델스존이 남긴 모든 곡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노래이자, 깊은 슬픔의 발로일 것이다.

제3악장 Finale. Presto Scherzando . D장조 3/4박자
마지막 악장은 g단조로 시작하여 종국에는 D장조로 옮겨간다. 이러한 조성적 장치는 나중에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도 나타난다. 마치 바흐의 〈평균율 피아노곡집〉의 프렐류드를 연상케 하듯 쉼 없이 움직이는 16분음표의 연속은 행복에 찬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7. Capriccio Brillant in B major Op. 22

8. Rondo Brillant in Eb major Op. 29

글 출처 : 클래식 명곡 대사전(이성삼, 세광음악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