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In-A-Gadda-Da-Vida(1968)

1970년대 들어 반문화적인 기류가 그 힘을 잃고 일종의 판매 기법으로 전락하자, 록 걸작들이 누려온 특별한 지위는 점차 공동체의 견지에서가 아니라 예술적 완성도에 의해 설명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1960년대적 이상향의 좌절이 ‘미 디케이드(Me Decade)’ 즉 개인주의의 70년대로 변이하던 60년대 후반은 그래서 음악사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시점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를 음악적으로 반영하며 주목받았던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미국 출신의 사이키델릭 밴드 아이언 버터플라이였다.

아이어 버터플라이는 사이키델릭이었던 동시에 헤비메탈의 에스프리를 내재했던 선구자적 그룹이기도 했다. 그들의 음악 속에는 사이키델리의 초월적 특성과 헤비메탈의 예술적 치열함이 혼재해 있다. 특히 17분짜리 대서사시이자 LP 뒷면 전체를 차지했던 타이틀 트랙 <In-A-Gadda-Da-Vida>는 <In The Garden Of Eden>을 음차하여 비튼 표현만큼이나 당대의 혼돈을 대변하는 사운드트랙으로 주목받았다. 블루스, 사이키델릭, 헤비메탈의 요소가 무작위로 뒤엉킨 이 곡은 평론가 스티븐 토머스 얼와인(Stephen Thomas Erlwine)의 말마따나 ‘과잉되어 넘치는 헤비 사이키델릭의 축도(縮圖)’에 다름 아니었다.

격변의 사회적 흐름에 지쳐가던 당대 젊은이들은 도리어 이 곡에서 앞 다투어 안식을 찾았다. 판매 기록이 우선 그것을 입증한다. 당시 기준으로 이 싱글은 소속사였던 아틀란틱(Atlantic) 레이블 사상 가장 많이 팔린 레코드였다. 철저하게 무명이었던 멤버들의 신세를 생각하면, 반전도 이런 대반전이 없었다.

앨범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자 수록곡 대부분을 작곡한 리더 덕 잉글마저 ‘꿈에도 예상 못했던 결과’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다.

솔직히 이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앨범이 세계적으로 2,500만 장 이상 소비되었다는 사실은 ‘기적’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레드 제플린의 4집이 추월하기 전까지. 본 작은 같은 제목의 싱글과 마찬가지로 아틀란틱 레이블에서 가장 높은 판매 그래프를 그려나갔다.

<In-A-Gadda-Da-Vida> 외에 <Most Anything You Want>, <My Mirage>, <Flowers And Beads> 등 준수한 수준을 일궈냈던 다른 노래들에도 팬들이 관심이 두루 분산된 덕분이었다.

이후 원 히트 윈더(one-hit wonder, 단 한 곡의 히트에만 그친 그룹이나 가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룹은 별다른 히트곡을 내지 못한 채 1971년 해산의 절차를 밟아야 했다. 블루스와 사이키델릭을 근간으로 그것을 좀 더 직설적이고 파괴적인 헤비 사운드로 전이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70년대적 정서로 온전하게 전향하지 못하고 머뭇거린 까닭이었다.

아이언 버터플라이는 이렇게 한 시대의 끝이 다음 시대의 시작과 맞물리는 과도기에 성장통을 이기지 못한 채 순식간에 발화하고 사라졌던, 1960년대 후반의 가장 인상적인 구두점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우리 세대가 음악 들을 땐 이 앨범 한 장은 있어줘야 어디 가서 명함도 
내밀 수 잇었다. 이 앨범을 듣노라면 현실 세계가 아닌 또 따른 세계가
우리 내면에 존재하고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이 음반을 듣고 퍼즈박스(fuzzbox, 원래의 기타 소리를 변조시켜 더욱 불투명한 음향을 
만들어내는 장치)를 구하러 온 시내 악기점을 돌아다녔지.

아직도 궁금한 것은 <In-A-Gadda-Da-Vida>와 레어 어스(Rare Earth)의
<Get Ready>를 앞뒷면으로 찍어낸 해적 음반은 누가 기획했을까?
이 천재 기획자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혹시 이 책 보시면 연락바랍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사람과 음악'에 한번 모실께요.
글 : 배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