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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Symphony No.2 in D major, Op.73
Jaap van Zweden(condoctor)
Netherlands Philharmonic Orchestra,
Recording : April 1995,
MCO Studio Hilversum

Total time : 46:08

작품의 배경 및 개요

15년의 고통 끝에 제1번 교향곡을 완성한 브람스는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1877년에 그의 제2번 교향곡을 발표한다. 베토벤이라는 거인의 영향력을 늘 의식하고 고통스럽게 작업한 제1번과는 달리 제2번은 아주 편안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작곡했을 것이다.

제2번은 그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밝고 여유있고 부드러워 브람스의 전원교향곡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잘 들어보면 밝고 편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둡고(sombre), 멜랑콜리한 정서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그는 이곡을 작곡하면서 그의 친구들에게 제2번 교향곡이 엄청나게 슬퍼서 차마 끝까지 듣지 못할 것이라고 허풍을 부렸고, 심지어 초연된 후에 그의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이 곡이 너무 슬퍼 단원들이 힘들어 했다는 둥, 이 곡의 악보는 검은 테두리를 두르고 나와야 할 것이라는 둥 너스레를 떨었다고 하는데 이게 너스레인지 아니면 진짜 그렇게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곡의 특징은 일단 대단히 자연스럽다는 데 있다.
브람스의 음악은 대부분 소절마다 맺힌 곳이 있어 음악이 유장하게 흐른다는 느낌보다는 꼭꼭 밟고 묶고 가는 느낌이 강한데 제2번에서는 그런 것이 없이 물흐르듯 자연스럽다(spontaniety). 그냥 들으면 대단히 편하고 아름답고 여유있고 천국에 온 것 같은데 조금 더 자세히 들으면 그 안에 흐르는 '슬픔의 강물'을 느낄 수 있다.

이곡은 어느 외국음반사이트의 해설과 같이 'light and darkness', 'lyric and forceful', 'extroverted and introspective'하다. 외면으로 봐선 상호모순되지만 사실은 서로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의존적 대립적인 면이 잘 녹아들어있다. 기교면에서도 대단히 공들인 작품인데 변주를 통한 전개와 무수한 전조와 도치 등의 작곡의 기법이 망라되나 겉으로 보아선 너무나 자연스럽다. 4개의 교향곡 중에 기교나 정서적으로 가장 훌륭하고 균재되고 균형된 작품일 수도 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1악장은 강물처럼 평화롭고 유장하고 여유롭다.
2악장에서 우리는 마음이 정화되는 깊고 숭고한 슬픔과 평화의 호수에 들어간다.
3악장에 와서야 순수한 기쁨에 안도한다. 4악장은 이 모든 정서의 융합으로 과연 슬픔이 슬픔으로 홀로 존재하는지 기쁨이 슬픔없이 존재하는지, 모든 존재의 상보성을 느끼게 해준다. 다시 듣고 보니 대단히 성숙한 작품이다.

  • 제1악장 Allegro non troppo
    처음부터 저역에서 울리는 수수께기 같은 세개의 음표가 전체 음악을 관통하는 테마의 씨앗(germ theme or motto theme)이 된다. 전형적인 브람스표이다. 너무나 아름답고 인상적인 유려한 주제가 바이올린의 긴 선율을 타고 울려 나온다. 1주제이다. 약간의 작은 부풀음 후에 첼로와 비올라의 그윽하고 평화롭고 애절하기도 한 눈물겨운 선율이 나오는데 2주제이다.

    2주제가 진행되면서 비올라는 땅김음을 연주하고 클라와 목관악기가 2주제를 받아 장식을 하는데 천국의 순간이다. 제시부가 굉장히 긴데 거기다가 반복지시가 있어 대부분의 음반이 제시부를 반복한다. 저 멀리 잔잔히 울려 퍼지는 혼의 음향이 마치 새벽공기를 부드럽게 흐트러 뜨리는 일출같이 신비롭다. 정말 혼 잘 쓴다! 전개부도 무지 복잡하다. 대위법으로 망을 촘촘히 치는데 푸가 비슷한 것도 들린다. 그러나 그냥 듣고 쫓아가기만 해도 아름답다.

    제시부의 서정적이면서 물흐르듯 끊임 없이 음표가 흐르는 것과는 반대로 굉장히 강력하고 촘촘히 맻히는 느낌이다. 상반된 정서가 표출되는 것인데 그 이행이 아주 교묘하고 절묘하다. 깊은 산속 옹달샘 찾아 노니는 종달새처럼 두터운 화성의 숲을 플룻이 반짝이며 부유한다. 참 아름다운 순간이다. 그 와중에 목가적인 혼의 아름다운 울림이 대위법적으로 플룻과 대응하고 현이 반주하고 음악은 힘을 얻더 다이나믹하게 추동한다. 거의 롤러코스터이자 로드스터로 달리는 영국의 시골길이다. 재현부에 이르러 1악장 머리에서 들었던 혼의 아련한 울림이 곡의 끝을 알린다. 왜 브람스에서 바그너의 느낌이 날까?

  • 제2악장 Adagio non troppo
    브람스의 교향곡 제2번 중 가장 길고 공들이고 아름다운 부분이다. 두대의 바순과 첼로가 주인공으로 첼로가 주제를 연주하고 동시에 바순이 대주제를 연주한다. 특이한 형식인데 그런 거 모르고 들어도 굉장히 아름답다. 첼로의 유장한 선율이 아련하고, 애절하고 부드럽다.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슬픔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자꾸 이 부분만 듣고 싶어질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항상 거칠고 칙칙한 가죽과 같은 외피를 보여준 브람스의 속마음이 담긴 보드랍고 숭고한 부분이다.

  • 제3악장 Allegretto grazioso
    첼로의 경쾌한 피치카토 위에 오보가 기쁨의 춤을 추며 노닌다. 진정으로 carefree, warm-hearted 한 부분이다. 박자가 굉장히 많이 변하는데 지휘하기가 녹녹치 않아 보인다.

  • 제4악장 Allegro con spirito
    우울함과 폭발적인 에너지의 양가적인 면이 다 들어있는데 굉장히 숨가쁘게 진행하다가도 중간에 갑자기 정적이 흐르는 부분이 있는데 무척 특이하다. 그런 부분을 넣음으로써 반대가 되는 정서의 대비가 극명하게 들어나는데 해설에 보니 대단히 독창적인 부분이라고 한다. 음악이 진행할 수록 거침 없이 굴러 떨어지는 눈덩어리 같이 음의 에너지 뭉치가 제어할 수 없게 쇄도하는 것을 느끼는데 마지막에 이르러 우리는 갑자기 tranquillo라는 평화롭고 시간이 정지한 안전지대에 잠시 머무르는데 그 효과가 대단하다. 찰나의 정지 후에 다시 재현부에 이르러 풀파워로 전진한 후 터질듯한 트롬본의 팡파레로 긴 장정이 마무리 된다.

글 출처 : 네이버 블로그 '취음향의 음악과 세상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