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Mobile" : "Computer"; } if (MobileCheck() == "Mobile") { $no = "no"; } ?> 오작교의 테마음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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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하루 두 차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5곡을 연주해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연이어 2001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 27곡의 대장정에 오른 피아니스트 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그가 스튜디오 바깥을 나와 순수음향과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는 천주교 세검정교회 대성당에서 존 필드 '녹턴'(2장 한 셋트) 전곡을 녹음해냈다.

제대로 프로듀싱된(사운드미러 남상욱) 최초의 클래식 음반으로도 기록될 만한 이번 녹음은 음악적 완성도와 고음질을 모두 실현한 오디오화일용 음반으로 탄생했다. 녹턴은 '밤의 기도'라고 하여 '달콤하고 몽환적인 야상곡'으로 존필드가 효시다. 클래식 애호가의 취향에 맞춰 두가지 타입의 자켓디자인으로 모노폴리 클래식 레이블을 통해 해외동시 발매된다.

우리말로는 '야상곡' 이라고도 번역되는 '녹턴'은 가톨릭의 성무일과 중 '밤의 기도'에서 유래되었다.
'녹턴'이란 이름의 캐릭터 피스를 처음 썼던 작곡가는 바로 영국의 존 필드, '녹턴'은 밤 기분을 표현한 음악이지만 단순히 '밤의 분위기'만을 그린 것은 아니다. 쇼팽의 녹턴이 그렇듯이 존 필드의 녹턴에서도 한밤의 간절한 기도에서부터 꿈, 사랑, 눈물, 슬픔, 맬랑콜리 등 밤에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이 그려진다.

이런 정서들은 다분히 낭만적이며 듣는 이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는 것이다. 녹턴 연주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피아니스트 김대진은 담담한 어조로, 그렇지만 결코 건조하지 않은 투로 곡에 담긴 로맨틱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레코딩이 어떤 방식으로, 또 어떤 여건에서 이루어졌느냐를 떠나서 작품에 대한 김대진의 해석은 상당한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대진은 녹턴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아름다운 선율과 아르페지오 패시지 등을 참으로 깔끔하면서도 투명하게 표현해낸다. 악보에 자주 등장하는 꾸밈음들이 페라이어의 타건처럼 조금 더 자연스럽게 굴러가는 느낌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했다.

또 언뜻 들으면 맑음과 어두움의 경계가 불분명한 듯 들리는 것과 차분한 상념들과 한껏 고조된 일정의 콘트라스트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 점이 또 다른 아쉬움이었다. 뿐만 아니라 김대진의 연주는 상당히 여리고 여성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부닌과 당 타이손의 쇼팽 연주 스타일이 묘하게 뒤섞인 듯한 감각적이면서도 잔잔한 연주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애수를 머금은 서정적인 표현

피아니스트 김대진은 이번 녹음의 느낌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느낌이 좋았습니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때는 신경이 예민해지고 긴장하게 마련인데 성당에서의 연주는 편하고 마냥 포근했어요. 흔히들 마이크만 보면 위축되잖아요. 이번 레코딩에선 성당의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젖어들었습니다."

연주자가 말한 레코딩 당시의 이런 분위기는 연주에도 그대로 반영된 듯 싶다.
그의 녹턴연주를 듣고 있으면 지루해서가 아니라 편안함으로 인해 곤한 잠에 빠져들 것만 같다. 리스트가 "색조가 약간 어둡고 그것은 햇빛에 비쳐 생긴 가로수의 그늘 같다"고 표현했던 C단조의 녹턴 제2번을 비롯해서 역시 단조인 제10번에서 들려주는 애수를 머금은 서정적인 표현. 그러면서도 결코 지나친 감상에 빠져들지 않은 연주는 특히 그의 탁월한 표현력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도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국내 연주자의 레코딩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나라는 클래식 레코딩의 불모지라 할 수 있다. 레코딩을 위해 외국으로 나가야 하는 경우도 허다했고, 국내에서의 레코딩은 어쩔 수 없이 부족한 환경 속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김대진의 앨범은 그 하나의 대안으로 국내의 성당에서 녹음을 진행했다. 외국에서는 자연스런 소리의 울림을 담아낼 수 있는 교회나 성당에서의 녹음이 아주 흔한 것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야 첫 열매를 맺은 것이다.

다행히도 그 첫번째 도전의 결과는 상당히 만족할 만하다. 어떤 악기보다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기 때문에 그 소리를 잘 잡아내기 어렵다는 피아노 녹음인데-사실 필드의 녹턴에서는 다이내믹 레인지를 걱정할 만큼 피아노의 소리가 고조를 이루는 부분이 없긴 하다-이 레코딩에서는 피아노의 울림이 상당히 좋은 사운드로 포착됐다.

실력 있는 연주자와 보다 나은 녹음 여건이 만난다면 국내에서도 좋은 음반이 나올 수 있고 또 앞으로 더 나은 음반들이 발매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해본다.

글 : 김길영/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