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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그 첼로 소나타 a단조 Op.36

2016.05.25 12:59

오작교 조회 수:2897


Mischa Maisky, cello
Martha Argerich, piano
 
작품의 개요 및 배경
 

노르웨이 최고의 작곡가로 평생 명예와 절찬 속에 살았던 ‘북구의 쇼팽’ 에드바르 그리그. 그러나 그는 평생 병약했고 부유한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고 딸을 잃는 슬픔을 겪기도 했다. 또 그는 평생 형 욘(John Greig)에 대한 미안함을 가슴에 안고 살았다. 그리그의 첼로 소나타 A단조는 형 욘에게 헌정된 곡이다.

그리그는 증조부가 스코틀랜드에서 노르웨이로 이주해 와 해산물 무역으로 자수성가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위로 누이 둘과 형이 있고 아래로 여동생이 있는 다섯 형제자매 중 넷째였다. 이들 형제자매는 어머니의 유전자를 이어받았는지 모두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다. 어머니 게시네 하게루프는 공개 콘서트에 출연할 만큼 피아노 실력이 뛰어났다. 어머니는 모차르트와 쇼팽을 좋아했는데 그런 어머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그리그가 피아노의 명인이 되어 ‘북구의 쇼팽’이라 불리게 된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가업 때문에 첼리스트 꿈을 접은 형에게 바친 작품

세 살 터울 위의 형 욘은 첼로를 좋아했고 첼리스트가 되기를 꿈꾸었다. 욘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뒤늦게 라이프치히 음악원에 입학했는데 동생 에드바르는 이미 3년 전인 15살에 피아노 특기로 음악원에 합격하여 졸업할 무렵이었다. 당대의 명 첼리스트인 율리우스 클레엘(Julius Klengel, 1859-1933)에게 가르침을 받고 상당한 실력을 갖추게 된 형 욘은 그러나 첼리스트의 꿈을 접어야 했다. 가업을 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형제는 어릴 때부터 이종사촌 누이동생인 니나 하게루프를 똑같이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구애를 받은 니나가 선택한 것은 동생이었다. 두 사람은 1867년에 결혼했다. 형제간의 우애가 남달랐으나 이런 저런 일로 동생 그리그는 늘 형 욘에게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Greig.jpg

에드바르 그리그와 부인 니나

형 욘에게 첼로 소나타 A단조를 바치게 된 저간 사연은 이러한데, 얄궂게도 또는 안타깝게도 이 곡의 초연에서 욘은 첼로를 맡을 수 없었다. 깊은 서정을 담은 이 곡을 형 욘의 아마추어 기량으로는 제대로 연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초연은 1883년 10월 22일 드레스덴에서 루트비히 그뤼츠마허(Ludwig Grützmacher)의 첼로 연주와 그리그 자신의 피아노 연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5일 후에는 라이프치히에서 형 욘의 스승인 클레엘과 그리그가 협연했다. 이 연주를 들은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안톤 루빈스타인(Anton Rubinstein, 1829-1894)이 그리그에게 좀 더 많은 첼로곡을 작곡해줄 것을 의뢰하였지만 건강이 좋지 않았던 그리그는 이를 사양하여 이 곡은 그의 유일한 첼로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그의 첼로 소나타 A단조는 서정성이 빼어날 뿐 아니라 곡의 구조적인 측면도 뛰어나서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기념비적인 작품 중의 하나로 꼽힌다. 북구의 자연이 주는 풍부한 정서를 폭넓게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모두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악장은 A단조 2/2박자, 소나타 형식, 2악장은 F장조, 4/4박자, 자유로운 형식, 3악장은 A단조, 2/4박자, 서주가 있는 소나타 형식이다.

1악장: 알레그로 아지타토

소나타 형식. 셋잇단음표가 계속되는 피아니시모(매우 여리게)의 피아노 연주를 타고 첼로가 북유럽적인 우수를 담은 제1주제를 노래하고 나면, 다시 이 소재가 변주되면서 곡의 분위기가 일단 고조되지만 곧 가라앉고 첼로가 아름답고 서정적인 제2주제를 C장조로 연주한다. 발전부는 피아노가 먼저 제2주제의 변주를 연주하고 이에 맞추어 첼로가 대선율을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한 후 두 악기가 교대로 제1주제 후반부의 변형을 연주하다 첼로는 곧 카덴차 풍의 악구로 이행한다.

재현부에서는 피아노에 의해 제1주제가 격렬하면서도 짧게 재현된 후 A장조로 바뀐 제2주제가 나타나고 이어 다시 한 번 첼로에 의한 제1주제가 재현되어 코다가 된다. 이 부분이 정열적으로 발전되어 프레스티시모(가능한 한 가장 빠르게)로 종결된다.

2악장: 안단테 몰토 트란퀼로

자유로운 형식. 대등한 성격의 2개의 주제가 주축이 되어 있는 서정적인 악장이다. 두 주제는 대비되지 않고 병행하여 전개된다. 먼저 피아노로 안정된 아름다움을 담은 F장조의 제1주제가 연주되고 첼로가 이어받는다. 이어서 F단조의 제2주제가 연주되는데, 여기서도 피아노에 이어 첼로로 옮겨 가며 다양한 곡조를 이룬다.

다시 제1주제로 돌아가서 이번에는 첼로와 피아노가 대위법적인 가락으로 등장하는데, 셋잇단음표 반주와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곡조로 발전해 간다. 그 후 제2주제가 짧게 변형되어 연주되고 제1주제는 많은 변주를 거치며 세 번 연주된다. 마지막에 제2주제를 코다 풍으로 다루어 서정적인 이 악장에 약간의 변화를 주며 고조된 상태로 마무리한다.

3악장: 알레그로

서주가 있는 소나타 형식. 먼저 짧은 서주가 첼로 독주로 연주된 후 피아노가 춤곡 풍의 A단조로 제1주제를 연주하기 시작하면 첼로가 이를 바로 이어받는다. 이어서 피아노가 나란한조(並行調)인 C장조에서 부주제를 당당히 연주한 후 곡의 분위기는 평온해지며 역시 피아노로 같은 C장조인 제2주제가 연주된다. 이 주제는 변형된 제1주제의 확대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다르게 비친다.

이윽고 발전부로 들어가서 제1주제와 제2주제가 교묘하게 짜이며 곡을 크게 고조시킨다. 그 후 두 주제가 재현되고, 이윽고 피우 아니마토 에 스트레토(한층 활기를 띠고 급박하게) 지시로 코다에서 곡의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마지막 종지화음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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