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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악가를 일컫는 카스트라토는 ‘카스트라레(castrare-거세하다)’라는 라틴어에서 온 말입니다. 사전적 정의로는 6~8세 무렵의 아동 중 목소리가 유난히 맑고 발성이 좋은 아이들을 선별한다고 포장해 놓았지만, 실상은 고아를 데려오거나 가난한 부모가 훗날의 영광을 도모하여 아이의 거세에 동의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남성은 2차 성징이 시작되면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하면서 변성기를 맞게 됩니ᅟᅡᆮ. 성대가 굵어지고, 목소리가 낮아지요. 그런데 2차 성징이 오긴 전 고환을 묶거나, 제가하면 남성 호르몬이 일반 남성처럼 많이 분비되지 않아서 변성기가 오지 않아요. 그래서 성인 남성임에도 굉장히 높고 얇은 매끄러운 목소리를 갖게 됩니다. 17세기 후반과 18세기는 카스트라토의 전성기로, 특이한 음색과 비주얼이 아주 인기를 끌었어요. 이 괴상한 유행 때문에 이탈리아에서만 한 해에 4천여 명의 소년들이 거세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거세하면서까지 남성에게 얇고 고운 목소리를 요구했을까요? 그냥 여성 음악가가 부르면 될 일인데 말이죠.

       이 모든 비극은 성경 내용 중 고린도전서 14장 34절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라는 구절을 잘못 해석한 것에서 시작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17세기의 교회는 ‘성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러니 성가대의 역할 또한 굉장히 중요했겠죠. 성가대는 보통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의 4성부 구조로 나뉘어서 제단 앞쪽에서 예배를 이끄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소프라노와 알토는 현재 여성의 파트예요. 하지만 이 당시 교회는 여성이 노래하는 것을 금했고, 남성 중 목소리가 얇고 높은 사람들이 이 분야를 맡았습니다.

       어린 소년들은 14~16세 무렵에 변성기가 오면서 목소리가 두꺼워집니다. 그러면 교회는 어쩔 수 없이 숙련된 단원들을 교체해야 했어요. 그래서 이를 방지하고자 어린 소년들을 거세시켜버리는 끔찍한 일을 저지릅니다.

       시발점은 종교였지만, 카스트라토가 대중화되면서 인기를 끈 계기는 사실 오페라 때문이었습니다. 헨델 편에서 소개했던 오페라 『리날도』 뿐만 아니라, 바로크 시대의 수많은 오페라가 카스트라토를 주인공으로 쓰여졌어요. 대중들은 카스트라토 특유의 신비로운 음색을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카스트라토로 데뷔해 성공하면 막대한 부와 명예를 얻게 되었던 거죠.

       하지만 카스트라토들은 부와 명예를 떠나서 아주 큰 부작용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합니다. 남성으로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호르몬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다 보니 많은 문제가 발생해요. 첫 번째로는 성장 호르몬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서 키가 엄청나게 커집니다. 목소리만 들었을 때는 여리고 가냘픈 느낌으로 연상되곤 하지만, 대부분의 카스트라토들이 키가 비정상적으로 컸어요. 하지만 남성 호르몬이 적다 보니, 덩치가 큰 남성과는 느낌이 아주 다릅니다. 근력과 완력이 부족해서 팔다리만 긴 비쩍 마른 체형으로, 온갖 질병에 시달렸다고 해요. 호르몬을 억지로 조절하다 보니 노화가 굉장히 빨리 오고 발기부전이 흔하게 일어나서 어린 나이에 노인성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또, 남성 호르몬을 억제하다 보니 여성과 유사한 신체적 특징들이 발현되기도 했습니다. 수염이 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가슴 부분이 유난히 발달하면서 폐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영화 <파리넬리>에서 1분 넘게 고음을 지속하여 많은 사람을 기절시켜버리는 장면 또한, 이들의 신체적 특징 때문에 탄생한 명장면이죠.

       판단력이 흐린 어린 소년이 비자발적으로 거세당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모든 소년이 성공한 카스트라토가 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름이 알려지는 카스트라토는 1%도 안 되었고, 대다수 아이는 호르몬 불균형으로 심각한 병에 시달리다가 단명하는 불행한 삶을 살아요.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가 어릴 때부터 노래를 시작했다고 해서 모두 세계 1위 가수가 되는 게 아닌 것처럼, 타고난 끼나 폐활량, 성대를 가진 일부 카스트라토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목소리가 예뻐서 거세했는데 음치나 박치인 경우도 있었죠. 그러면 정말 최악의 삶을 살다가 끝나버립니다. 평범한 가정을 꾸릴 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몸이 아파서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도 못했으니까요.

       18세기 중엽부터는 카스트라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서서히 줄어들어요. 음악은 더욱 왕성하게 발전하기 시작했고 종교 음악보다 세속 음악이 더 인기를 끌면서, 남성에게만 주어졌던 역할들이 많이 중화됩니다. 여성 가수들도 주목받는 시대가 오면서, 카스트라토는 무대의 뒤편으로 자연스럽게 밀려납니다.

       지금은 카스트라토라는 직업군은 없지만, 그와 유사한 카운터테너가 있습니다. 카운터테너는 카스트라토와 유사한 얇고 가는 아름다운 음색을 가지고 있어요. 거세 후 진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카스트라토와 달리, 카운터테너는 가성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당연히 거세하지도 않고요. 이렇듯 인위적이고, 폭력적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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