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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va Cassidy

    2022.05.04 10:03

    오작교 조회 수: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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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va Cassidy(1963. 2. 2~1996. 11. 2)

     

       '재인박명(才人薄命)'이라는 말이 있다. 꼭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보다 명이 짧은 것은 아닐터이지만, 그런 이들이 세상을 등지는 건 그렇지 못한 이들의 경우보다 더 두드러져 보이고, 또 그만큼 주변의 안타까움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1996년 봄, 서른 셋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등진 에바 캐시디란 여가수 역시 이런 경우에 포함시킬 수 있다. 물론 에바 캐시디는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나, 그 이전의 지미 헨드릭스, 재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 등 소위 3J로 불리던 요절 스타들 만큼 살아 생전 세인들의 주목을 끌거나 대중의 환호를 받아냈던 뮤지션은 아니다. 그녀의 죽음 뒤에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음악이 뒤늦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1963년 2월 2일 미국 메릴랜드에서 태어난 애바 캐시디는 어릴때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 어린 시절부터 남달리 음악을 사랑하고, 특히 민속 음악과 재즈를 좋아했던 그녀는, 아버지 휴(Hugh)로부터 기타를 배웠다. 한동안 아버지 휴가 베이스를 맡고 에바가 기타와 보컬을, 그녀의 오빠 대니(Danny)가 바이올린을 맡아 연주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에바는 프랭크 바움의 '오즈' 시리즈를 여러 차례에 걸쳐 완독을 하였다고 한다. 그 뒤 쥬디 갈란디가 뮤지컬 속에서 부른 "Over The Rainbow"에 매료된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자신만의 곡으로 편곡하여 네 트랙짜리 앨범에 녹음을 하기도 했다. Bowie High School에 재학중이던 시절 로컬 밴드 Stonehenge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주변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에바 캐시디는 10대의 나이에 포크음악에 매료되면서 Neil Young, Joan Baez,Buffy Marie Saint등의 음악을 즐겨들었다. 또한 그녀는 그림그리는 것을 좋아했으며, 성격이 지나치게 내성적이라 부끄러움을 많이 타 남 앞에서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을 극도로 기피할 정도였다고 한다. 에바 캐시디는 맨발로 시골길 걷는 것을 좋아하고 자전거 타는 것을 즐겼다.

     

       그녀는 꾸준히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그림을 그렸지만, 원래는 묘목장에서 나무 모종을 키우는 일을 하였다. 그리고 일이 없는 틈틈이 백 보컬로서 밴드와 노래를 불렀다. 그녀가 동료 뮤지션의 앨범 작업에 참가하면서 돈을 받게 되자 그녀는 놀라서 "과연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듣는데 돈을 내려할까요?"라고 물을 정도로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조차 몰랐다고 한다.

     

       에바 캐시디는 어린 시절부터 포크에 심취되면서 음악 인생을 살았지만 그녀의 음악의 절정은 4년간의 투병기와 일치한다. 소울 싱어 척 브라운의 눈에 띈 것도 그때였고, 큰 무대보다 작은 재즈바에서 "저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직업을 가지고있어요. 기타를 치면서 노래만 하면 되거든요"하면서 그녀 역시 자신의 고통을 천상의 목소리로 엮어 세상에 내놓았다.

     

       1986년 오랜 친구였던 Dave Lourim이 에바 캐시디에게 자신의 밴드인 Method Actor의 보컬로 레코딩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 때 레코딩한 곡들은 2002년 [Method Actor]라는 앨범으로 재발매되기도 하였다. 이 스튜디오에서 에바 캐시디는 프로듀서인 Chris Biondo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목소리에 반한 Chris Biondo의 제안으로 스튜디오에서 백 보컬 세션을 하게 되었다. 에바는 펑크밴드, 랩퍼의 백보컬까지 다양한 장르의 레코딩에 참여하였다.

     

       1990년 봄, 그녀는 동료들의 격려로 '에바 캐시디 밴드'를 결성하였고 무대에 섰으나 부끄러움에 바닥만 보면서 노래를 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노래를 좋아해준다는 사실에 그녀는 점차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1991년 Chris Biondo는 그녀의 데모 테잎을 만들어 스윙 고고 펑크 사운드의 개척자인 척 브라운에게 건네게 되었고, 당시 정통 재즈/블루스 앨범을 녹음하고 싶었던 척 브라운은 세련되고 소울풀한 그녀의 목소리에 매료되어 그녀를 듀엣 앨범의 파트너로 결정하여, 에바 캐시디의 듀오 앨범 [The Other Side]를 녹음하였다.

     

       이 앨범에서 에바 캐시디는 "Over The Rainbow"를 다시 녹음하였다. 처음에는 이 앨범의 모든 곡을 척과 함께 부르기로 했지만 에바의 주장에 따라 이 곡만은 에바 혼자 솔로로 불렀다. 앨범 발매 후 척 브라운과 공연을 다니며 뛰어난 그의 쇼맨쉽덕분에, 늘 무대에 섰을때 불안정하고 부끄러워하기만 하던 그녀는 점차 무대에 대한 자심감을 얻게되었다.

     

       그 후 그녀에게 많은 레코딩 제안이 들어왔으나 그녀의 음악이 재즈, 블루스, 가스펠, 팝 등을 망라한다는 점이 오히려 음반 기획자로 하여금 정확한 고객층을 잡을 수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게 하였다.

     

    37_cafe_2007_04_20_16_59_462872f0203c6.jpg   1996년 1월 그녀는 자비를 들여 Blues Alley 클럽에서 공연한 곡들로 앨범 [Live At Blues Alley]를 발매하여 워싱턴에 한정하여 판매하였다. 그녀는 원래 이 녹음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서 공개를 꺼려했었으나 이후 워싱턴의 비평가와 대중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불행히도 그녀의 두 번째 음반이었던 [Live At Blues Alley]는  그녀의 유일한 솔로 앨범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자신이 암에 걸렸음을 알게되고 치료를 시작하였으나 이미 시기적으로 너무 늦어버렸던 것이다. 그녀는 생전 마지막 공연에서 정신력을 발휘해 "What a Wonderful World"를 불렀다. 1996년 2월, 에바 캐시디는 결국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에바 캐시디는 그 해 Washington Area Music Awards를 휩쓸다시피 하였고, 그녀가 죽기전 작업했던 곡들이 1997년에 [Eva by Heart]란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굳이 이러한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마음을 빼앗겨서 듣는 호소력을 가졌지만, 또한 이러한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 착찹함에 마음을 한없이 가라앉히는 무게를 가졌다.

     

       에바 캐시디는 생전에 2장의 앨범밖에 내놓지 못했다. 그것도 워싱턴에만 판매됬을 정도로 마이너 앨범들이었다. 척 브라운과 함께 낸 듀오 앨범 [The Other Side]가 있었으나 정작 그녀가 살아있을 때 이 앨범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서른 세살의 짧은 나이로 천상의 목소리를 세상에 뿌리고 요절한 에바 캐시디. 세상 사람들은 그녀가 죽은 후 그녀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봤고, 사후에 어렵게 찾은 스튜디오 녹음본으로 앨범이 더 출시됬다.

     

       에바 캐시디의 사후에 BBC Radio의 결단이 없었더라면, 1996년 1월에 유명한 재즈클럽 'Blue Alley'에서 녹음된 라이브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고, 에바는 워싱턴 주 소수의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컨츄리 아티스트로 회자되다가 잊혀졌을것이다.

     

    [1998] Songbird - Front.Jpg   1999년 에바의 사망 소식을 접한 BBC 라디오의 아침프로에서 애바 캐시디의 "Over The Rainbow"가 방송되면서 이곡이 청취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가수가 누구냐, 다시 틀어달라"는 내용의 편지와 이메일, 전화, 팩스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사후의 인기는 지속되어, 2000년 12월 13일 'Blue Alley'에서 녹화된 이 곡을 좋지않은 화질에도 불구하고 방영하기를 결정했다.

     

       이미 신화속의 뮤즈였던 그녀가 부른 노래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면서 이 곡은 앨범 [Songbird]에 마지막 트랙에 담기게 된다. 이 때 녹음된 음원은 라이브가 아닌, 스튜디오 버젼이었다.

     

       앨범 [Songbird]는 1998년 미국에서 이전 발매되었던 에바의 석 장의 앨범의 컴필레이션 형식으로 발매되었지만 당시엔 큰 주목을 끌지 못했고, 2000년 영국에서 발매되며 큰 힛트를 기록했다. 이 앨범은 발매된 후 100만장이 팔렸고, "Over The Rainbow"의 리메이크는 BBC 라디오의 청취자가 뽑은 20세기의 노래 100선에 꼽히기도 했으며,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몇달에 걸쳐 넘버 1 차트의 기록을 갖게되면서 유작이 힛트하는 하나의 현상을 낳기도 하였다. 또한 BBC에서 그녀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2000년 에바의 발표되지 않았던 12곡(8곡의 스튜디오 녹음곡과 4곡의 라이브)으로 이루어진 앨범 [Time After Time]가 에바의 유작으로 추가되어 발표되었고 그 후 몇 장의 앨범들이 더 발표되었다.

     

       그녀의 음악 스타일은 결코 화려하거나 두드러져 보이는 것들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가 소화한 곡들은 대부분 기성 가수들의 리메이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 대해 평단이 주목하고(비록 사후의 일이긴 하겠지만) 음반에 높은 평점을 매기는 것은 원곡을 마치 자신의 오리지널처럼 뛰어나게 해석해내는 능력, 그리고 팝과 재즈, 블루스, R&B, 포크에 이르는 다양한 음악 스펙트럼을 무리없이 소화해내는 뛰어난 실력 때문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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