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 오직 목소리만으로 영혼을 울리는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 김현식
2013.10.15 09:12
김현석(1958년 1월 7일 ~ 1990년 11월 1일)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불리던 1980년대에 오직 목소리만으로 영혼을 울린 가수가 있었다.
그의 음성은 외로움이고, 흐느낌이고 아픔 그 자체였다.
김현식은 그룹 들국화의 전인권과 함께 80년대를 대표하는 목소리다.
김현식이라는 이름을 알리게 했던 '사랑했어요' 이전에 이미 자작곡 '당신의 모습'과 '떠나가 버렸네'를 통해 가능성있는 보컬리스트로
인정받고 있었다.
1집 앨범에서는 '사랑했어요'가 큰 인기를 얻었지만 보컬리스트로서 그의 진가가 발휘된 작품은 '어둠 그 별빛'이었다.
최이철의 기타가 함께 하는 블루스 록 '어둠 그 별빛'에서 쏟아내던 그의 목소리는 김현식이라는 위대한 가수의 탄생을 예고한 것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말아요'에서의 창법은 다분히 소울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 노래다.
하지만 '사랑했어요'와 '어둠 그 별빛' 등의 노래들이 히트하며 김현식에게 처음 '성공'이라는 영예를 안겨 준 이 두 번째 앨범을 당사자인
그 자신은 그다지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스튜디오 세션 연주자들의 주도하게 만들어진 앨범이기에 후일 자신만의 밴드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그룹이 바로 봄여름가을겨울이었다.
현재까지 활동을 하고 있는 봄여름가을겨울은 처음 출발은 2인조가 아닌 김종진, 장기호, 유재하, 전태관으로 이루어진 4인조로 밴드로
김현식의 백 밴드 역할을 하면서 세번째 앨범제작에 함께하였다.
록과 블루스외에도 퓨전 재즈에도 관심이 많았던 김현식은 김종진과 장기호와 음악적인 교류를 통해 많은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비로소
앨범의 색깔을 자신이 원하던 밴드 색깔로 만들 수 있었다.
이 시기에 만들어져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들이 '비처럼 음악처럼'과 '쓸쓸한 오후'와 '눈 내리던 겨울밤' 등인데 음악뿐만이 아니라
노래를 빛나게 했던 것은 바로 목소리 자체가 흐느낌이라고 할 수 있는 김현식의 보컬이었다.
요즘에 와서 김현식과 같은 창법을 쓰는 가수가 있을까?
아무리 찾고 또 찾아 보아도 오직 김현식이라는 가수만이 가능했던 독보적인 보컬과 창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현식의 음악과 함께 했던 시간은 나에게는 '추억만들기'였다
3집을 끝으로 봄여름가을겨울과는 결별하고 4집을 준비하던 중 불미스럽게도 대마초 사건으로 2달간 복역하고 나온 후 김현식은
삭발콘서트를 열어 대성공을 거두면서 4집을 발표한다.
4집에는 제목만 들어도 알만할 주옥같은 곡들이 수두룩하다.
사람에게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다 고독하며, 또 고독을 다스리는 방법도 개인에 따라 다양하다.
김현식에게도 늘 자신을 따라다녔던 고독을 술로 달랬던 것이 화근이 되어 언제부터인지 그의 얼굴은 병색으로 점점 짙어가기 시작하였다.
그가 살아있는 동안 발매한 마지막 앨범 5집에는 넋두리라는 곡이 실려있는데 처음 서두에 시계의 초침소리가 나며 마치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자신의 심경을 노래에 담아 읊조리는 듯한 그의 목소리는 많이 갈라져 있고 노래는 마치 몸부림과 절규에 가깝게 들린다.
(김현식 5집에 실린 넋두리의 가사 - 마치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는 것 같다)
쓸쓸한 거리에 나 홀로 앉아서 바람의 떨리는 소리를 들었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설레이는 이 내 마음이여
꺼질 듯 타오는 거리의 네온을 내 품에 안고서 헤매고 있었지
멀리로 떠나는 내 님의 뒷모습 깨어진 꿈이었나
힘없는 내 발길에 다가선 님의 모습
인생을 몰랐던 나의 길고 긴 세월
갈 테면 가라지 그렇게 힘이 들면
가다가 지치면 또 일어나겠지
6집을 녹음하던 어느날 평소 앓고 있던 간경화가 악화되어 안타깝게도 자택에서 사망했다.
그때가 김현식의 나이 32세, 너무도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말았다.
너무 빨리 찾아온 이별이었다.
미처 발표하지 못했던 6집은 김현식 사후에 발표되었고 엄청난 판매량 덕분에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이미 예견하고 앨범작업을 서둘렀다고 하는데 하지만 안타깝게도 끝내 6집 발매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말았다.
김현식 사망 1주기에는 뜻을 같이 하는 동료 가수들이 대거 참여하여 그의 죽음을 함께 애도하였고, 2000년에는 후배 가수들이
김현식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트리뷰트 앨범을 제작하여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의 요절과 맞물려 '내 사랑 내 곁에'는 그가 떠난 이듬해 거리 어디를 가도 흘러나오는 국민가요가 되었다.
아마도 김현식이라는 가수가 살아 생전에 받았던 사랑보다도 그가 떠나고 난 후 받았던 사랑이 더 크고 가득하였을지도 모르겠다.
한때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가수로도 유명했던 김현식은 언더그라운드 가수의 새로운 신화를 썼던 장본인이었다.
1980년대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한 획을 그었던 고 김현식은 비록 자신의 음악재능을 미처 펼쳐보지도 못한 채 이 세상과 결별해야 했지만,
오직 목소리 하나만으로 영혼을 울렸던 재능있는 뮤지션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의 6집에 실린 노래처럼 지금 이 시간은 고 김현식이라는 가수를 떠올리며 다시금 그리워할 수 있었던 나에게는 또 하나의
'추억만들기'를 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 사람은 곁에 없지만 음악은 영원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으면서.....
출처 : 줄리아드 맘의 추억의 팝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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