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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의 역사 - 8(1960년대의 팝음악 4)

2015.08.12 13:55

오작교 조회 수:2167

팝의 역사 - (8) 1960년대의 팝음악 4

 

 

‘도전과 반항의 시대’였던 1960년대 서구 대중음악의 큰 특징은 록 음악에 의해 지배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50년대도 ‘록의 시대’였지만 60년대 10년간 록은 훨씬 대중화되고 광범위해졌으며 청중들을 끌어 모으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사운드 측면으로는 앰프와 일렉트릭 디스토션을 사용하면서 더욱 강력해졌고, 형식은 보다 자유로워져서 때론 즉흥 연주로 나타났다. 텍스트는 종종 사회적, 정치적 이슈들을 다루었다. 청중들은 여전히 젊은이들이 압도적이었지만 진보적이거나 과격한 정치적인 견해를 지닌 장년 층들도 록을 듣기 시작했다. 또한 현재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모든 록 패턴이 60년대에 이미 다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진일보하고 혁신적인 사운드 실험이 행해졌다.

 

그러나 그것은 단일한 음악 스타일로 정의할 수 있기보다는 공통의 정신, 공통의 환경, 공통의 목적에 의해 통합된 일종의 복합체였다. 롤링 스톤즈부터 컨트리 조 앤 피시, 조니 미첼, 슬라이 앤더 패밀리 스톤, 제퍼슨 에어플레인, 딥 퍼플, 도노반, 더 후, 지미 헨드릭스, 폴 사이먼, 크림 등 각양 각색의 아티스트들이 이 시대에 출현했다. 록 잡지 [롤링 스톤]이 탄생하는 등 이때부터 록 음악에 대한 진지한 비평 글쓰기가 시작되었고, 록은 대학에서도 가르치는 학문의 하나가 되었다. 이번 시간에는 그 60년대 중후반기의 음악들인 브리티시 블루스 리바이벌, 사이키델릭 록, 소울 등에 대해 살펴본다.

 

 

브리티시 블루스 리바이벌

 

1960년대 중반 이후 계속된 영국 뮤지션들의 활약상이다. 1960년대 중반 흑인 음악이었던 블루스가 영국 백인 가수들에 의해 전파되었다. 당시 영국 백인 뮤지션들은 미국인들조차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블루스를 체득, 역으로 미국에서 재생시켰다. 또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당당히 밝힌 채 가난하고 고단한 삶을 살며 묻혀져 있던 흑인 블루스맨들을 재조명했다. 그 한 가운데에는 ‘마초의 화신’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가 있었다.

 

 

(I Can’t Get No) Satisfaction - The Rolling Stones

 
401.jpg 고등학교 시절 친구였던 믹 재거(Mick Jagger/보컬)와 키스 리처드(Keith Richard/리듬 기타)가 1960년 재회하면서 롤링 스톤즈의 역사가 시작된다. 미국의 전설적인 블루스맨 머디 워터스(Muddy Waters)의 공연을 본 후 블루스 팬이 된 그 두 명은 1962년 다재 다능한 악기 연주자 브라이언 존스(Brian Jones/기타)를 영입했고, 이듬해까지 딕 테일러(베이스), 찰리 와츠(드럼) 등 멤버들을 보강해 밴드를 결성했다.

 

‘구르는 돌’이라는 밴드 이름은 머디 워터스의 노래 ‘Rollin’ Stone’에서 따온 것으로써, 강하고 독립적인 남성성 혹은 마초주의를 대변하는 것. 롤링 스톤즈는 미국의 흑인 로큰롤, 블루스 가수들, 그리고 두웝 그룹의 노래까지 커버하면서 당대의 리듬 앤 블루스 밴드가 되었다.

 

그들은 특히 로큰롤 개척자 척 베리에 대한 경의를 표하면서 그의 노래를 부흥시켰다. 밴드의 첫 싱글 역시 척 베리의 ‘Come On’이었다(두 번째 싱글은 놀랍게도 존 레논 & 폴 매카트니 콤비의 작품인 ‘I Wanna Be Your Man’).

 

롤링 스톤즈는 또한 당시 비틀즈의 인기에 맞서는 유일한 영국 밴드였다. 비틀즈에 브라이언 엡스타인이란 매니저가 있었다면 롤링 스톤즈에는 앤드류 올드햄(Andrew Oldham)라는 이미지 메이커가 있었다. 그는 말쑥한 정장 차림의 단정한 이미지의 비틀즈와는 정반대로 롤링 스톤즈를 꾸며나갔다. 자유분방한 의상과 불량하고 반역적이고 거친 매너 등 ‘배드 보이(bad boy)’ 이미지를 밴드에 정착시켰다.

 

특히 무대를 휘저으며 격정적이고 과장되게 노래하는 믹 재거의 모습(이는 제임스 브라운에게 영향 받은 흔적)은 당시로선 확실히 파격적이었다. ‘(I Can’t Get No) Satisfaction’, ‘Let Spend The Night Together’ 같은 곡을 통해서는 노골적인 성 표현으로 대중들을 자극했다. 이러한 반역의 모습은 (방식은 다르지만) 비틀즈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402.jpg 당시 밴드의 음악적 방향은 브라이언 존스가 리드했다.

그룹의 첫 번째 오리지널 앨범이었던 [Aftermath]의 수록곡 ‘Paint It Black’에선 존스의 멋진 시타 연주를 들을 수 있으며, 그 외에도 그는 덜시머(dulcimer), 하프시코드, 마림바, 인도악기 탐부라 같은, 록 밴드로서는 전형적이지 않는 악기들을 실험했다.

 

브라이언 존스의 역량은 비틀즈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겨냥한 밴드의 최대 야심작이었던 [The Satanic Majesties Request](1967)에서 빛을 발한다. 그 앨범에서 존스는 멜로트론 등 일렉트로닉 악기를 대거 사용하면서 몽롱한 사이키델릭 광시곡을 완성해냈다.

 

그러나 믹 재거 & 키스 리처드 콤비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린 브라이언은 [Beggars Banquet](1968)을 끝으로 팀을 탈퇴하고, 얼마 후 27살의 젊은 나이에 수영장에서 익사하고 만다(1969). 향후 밴드의 모든 음악은 재거와 리처드가 이끌어나간다.

 

 

그 밖의 브리티시 블루스 리바이벌 밴드들

 

403.jpg 롤링 스톤즈의 바통을 받은 이들은 먼저 뉴캐슬 출신의 애니멀스(Animals)를 꼽을 수 있다. 60년대 초반 영국 리듬 앤 블루스 진영에서 가장 중요한 밴드 중의 하나였던 애니멀스는 블루스에 기초한 음악 형식에 격렬하게 질주하는 리듬과 증폭된 일렉트릭 사운드를 믹스하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흑인 블루스 창법을 들려주던 싱어 에릭 버든(Eric Burden), 키보드 연주자 앨런 프라이스, 지미 헨드릭스의 매니저로 더 유명해진 베이시스트 채스 챈들러가 핵심 멤버였던 이들의 마스터피스는 ‘House Of The Rising Sun’. 이 곡은 원래 미국에서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포크송을 일렉트릭 기타와 비트를 더해서 만든 노래로, 영국과 미국에서 모두 차트 1위에 올랐다.

 

404.jpg 또 하나의 걸출한 블루스 그룹으로는 ‘록의 3대 기타리스트’라고 불렸던 에릭 클랩튼, 제프 벡, 지미 페이지가 거쳐간 야드버즈(Yardbirds)가 있다. 훗날 르네상스(Renaissance)를 결성하는 보컬리스트 키스 렐프가 리더로 있던 야드버즈는 블루스를 기반으로 실험적인 사운드를 발전시켰다.

 

특히 ‘기타의 신’들이 있었던 만큼 피드백, 디스토션, 증폭기 등 기타 주법에 있어서 혁신적인 공을 세운 그룹이기도 하다. 에릭 클랩튼은 그룹에 가입해서 단 한 곡 ‘For Your Love’를 녹음하고 팀을 떠났으며, 그 이유는 그룹이 너무 상업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클랩튼을 대신해 지미 페이지가 들어오고, 페이지가 제프 벡을 추천하면서 그 전설의 두 기타리스트는 짧게나마 한 팀에서 활동했다.

 

당시 제프 벡의 기타 테크닉을 들을 수 있는 야드버즈의 곡은 ‘Heart Full Of Soul’, ‘Shapes Of Things’ 등이 대표적이며, 제프 벡과 지미 페이지가 함께 레코딩한 곡은 'Happenings Ten Years Time Ago'가 있다. 한편 1968년 키스 렐프 등 주축 멤버들이 탈퇴하자 남아있던 지미 페이지는 밴드 이름을 뉴 야드버즈로 바꿨으며, 얼마 뒤 다시 멤버를 정비해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을 탄생시켰다. 따라서 야드버즈는 레드 제플린의 전신인 셈. 존 메이욜스 블루스 브레이커스(John Mayall's Blues Breakers), 스펜서 데이비스 그룹(Spencer Davis Group) 등도 대표적인 블루스 리바이벌 밴드들이다.

 

이러한 블루스 리바이벌 밴드 외에 지난 시간에 소개하지 못한 ’60년대 ‘브리시티 인베이전’ 그룹들로는 레이 데이비스, 데이브 데이비스 형제가 이끌었던 킹크스(Kinks)와 지미 헨드릭스가 몬터레이 페스티벌에서 그들의 곡 ‘Wild Thing’을 연주해서 유명해진 프로토 펑크 밴드 트록스(Troggs), 산타나가 다시 불러 히트를 기록한 ‘She's Not There’와 ‘Time Of The Season’의 주인공 좀비스(Zombies), 그리고 훗날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전향한 무디 블루스(Moody Blues)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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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강력한 록 사운드를 선보였던 킹크스는 메탈과 펑크의 원조로 평가 받는다. 밴드의 기념비적인 명곡 ‘You Really Got Me’는 나중에 헤비 메탈 그룹 밴 헤일런(Van Halen)이 리메이크했으며, 또 다른 대표곡 ‘Stop Your Sobbing’는 프리텐더스의 보컬 크리시 하인드가 다시 불렀다. 특히 브릿팝 밴드 블러(Blur)는 킹크스의 90년대 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