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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즉 고전(古典) 음악의 개념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옛날부터 오늘날을 통틀어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으며 애호되어진 음악 예술이라 하겠다.


  Classic은 Classical Music의 준말로 클래식이란 말은 라틴어의 모범적을 뜻하는 Classicus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18~19세기 서양 고적 음악 중에서 고전파 시대 음악(Classic music, 고전파음악(古典派音樂))을 일컫는다. 물론 바로크, 낭만파, 현대 음악도 존재하지만 고전파 시대의 음악 예술이 가장 융성한 전성기를 이루었기에 그 시대의 이름이 전체 음악을 지칭하는 것이 되었다. 고전파 시대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 나왔고 당시 문학사나 미술사 역시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기에 인류 역사상 예술이 가장 꽃을 피운 시기라 하겠다.


  음악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단지 음악을 들으려고 노력하지 않을 뿐이다. 또한 음악은 공기와 같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며 그러기에 우리는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런 클래식 음악은 사실 아주 대중적인 것이었다는 것을 다음에서 알 수 있다.


  베토벤이 1827년 죽었을 당시 그의 장례식에는 약 2만 명(일설에는 3만 명)이 운집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당시 빈의 인구가 30만 명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베토벤은 대중적인 예술가였던 것이다.


  그러면 고전파 시대에 발표된 교향곡의 수는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무려 만 곡이 넘는다고 한다. 말하자면 이 시대의 대중음악이 바로 클래식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곡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명작만이 생명력을 가지고 남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모두 사장되었던 것이다. 바로 오랜 세월의 역사가 영원한 생명력의 예술성을 부여한 것이다. 특히 바흐와 베토벤의 음악은 1977년 우주 탐사선 보이저호(Voyager 1)에 실려 보내져 인류의 유산임을 우주에까지 알리고 있다.


  말하자면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그 가치를 사람들 스스로가 인정하였고 그래서 사라지지 않고 많은 이들이 애호하는 것 즉 고전(古典)이 된 것이다. 오래된 것이지만 현재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것 즉 예술이 된다.


  그렇다면 이런 클래식의 내용은 무엇일까? 원래 음악은 내용이 없는 추상적인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음악을 들을 때 여러 가지 생각 즉 상념, 회상, 추억, 사랑 등을 떠올리게 된다. 또한 음악이나 책을 읽으며 그것을 만든 사람과 교감하게 되는데, 거기서 느끼는 감정은 개개인 모두가 다르다, 여행을 떠올리는 이도 있고, 부모님의 죽음을, 아니면 첫사랑 등 아름다운 추억들을 떠올린다. 이것이 음악이 가지는 힘이며 이런 것으로 인해 감동받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즐기고 감상한다는 말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과 동의어가 된다.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는 말했다. “모든 예술은 음악의 형태를 동경한다!” 예술을 그 표현 방식의 관점에 따라 완성 예술과 재생 예술로 나눌 때, 음악은 재생 예술에 속한다. 음악은 소리의 울림이 순간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반복 재생산을 필요로 한다. 또한 음악 작품은 비실재적이고 우리가 그것을 감각적으로 포착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 재생산과 현실화가 바로 연주 행위(行爲)이며 음악은 연주(演奏)에 의해 새롭게 소생한다고 할 수 있다.


  연주에 있어서 예술적 표현을 구성하는 것은 추체험(追體驗)과 추창조(追創造)이고 그것은 서로가 대립하는 관계이다. 연주 행위는 이렇게 대립하는 두 계기가 조화되는 곳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음악 작품은 악보의 형태로 존재한다. 그래서 이것을 현실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게 된다. 18세기까지는 작곡가와 연주가가 동일인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작곡가를 ‘연주 작곡가’라 하였다. 그러나 19세기 후반부터는 연주가가 작곡가로부터 분리 독립되어 연주 행위가 작곡과 대등한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다. 이 연주는 작품의 현실화이지만, 그 의미는 노모스(Nomos, 음악가가 창조해 내는 실제 선율의 원상)라는 존재를 현실화시키는 것이 되어 연주는 그 원래의 뜻으로 해석(解釋)이란 개념을 가지게 된다.


  우리는 이렇게 해석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연주 행위의 존재 방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미술에서 조각의 경우 거창한 양 즉 양괴(量塊)는 응고된 공간이며 빛과 음영에 의한 공간의 덩어리 효과이다. 이에 반해 음악에서는 미술이 공간성이라 하는 응고된 존재가 연주 행위라고 하는 음괴(音塊)가 시간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결국 음악은 연주회를 통해 비로소 구체화되며 그것은 반복 재생산이 되지 않은 한 번의 개념인 것이다.


  바로 이 음괴 즉 연주 행위를 가둘 수 있는 객체의 대상이 바로 문명의 이기인 전기 축음기 즉 전축(電蓄, Audio)이 된다. 이 전축은 1877년 에디슨(Thomas Edison)에 의해 인류 최초로 만들어졌다. 에디슨은 이 축음기를 포노그라프(phonograph)라 명명하였고, 그 후 1887년 베를리너(Emil Berliner)는 그라모폰(gramophone)을 개발하여 원판식 축음기 즉 판(grammophon)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이렇게 하여 레코드(record) 즉 음반(音盤, disc)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음악은 ‘작곡가-작품-악보-연주가-연주행위-감상-청자’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며 음의 덩어리가 되어 비로소 느낌의 응축이라 할 예술 감상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과정에서 생겨나는 명연주(名演奏)와 명음반(名音盤) 즉 명연, 명반의 개념이 창출되게 된다. 결국 명연(名演)이란 어떤 음악 작품에 대해 작품이 지니고 있는 음악성을 드러내어 듣는 이에게 크나큰 감동을 전해 줄 수 있는 예술적 가치를 지닌 훌륭한 해석의 연주라고 할 것이다. 한편 명반(名盤)이란 이런 예술적 가치를 지닌 훌륭한 명연을 담고 있는 레코드 즉 음반이란 개념이 되는 것이다.


  음악이란 예술은 모든 예술의 동경하는 형태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그 존재 가치가 뚜렷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미술 하면 그림이나 조각품, 거축 하면 건축물, 문학 하면 책, 연극 하면 희곡 등이 존재하나 음악이라 하면 구체적 사물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연주 행위의 전 단계인 악보가 그 원형이라 할 것이다.


  2002년 12월 UNESCO에서는 독일 베를린 주립 도서관에 소장된 베토벤 교향곡 제9번[합창]의 200쪽 분량의 악보를 세계문화유산(World Heritage)으로 지정한 바 있다. 베토벤이 죽은 지 무려 175년이나 지난 뒤의 일이다. 누구나 당연히 음악이 훌륭한 예술이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구체적 대상이 무엇이었는가는 한 번도 주의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부분의 예술품들은 사람들이 감상을 할 수 있는 현실적 존재이지만, 베토벤[합창] 교향곡 악보를 보는 것만으로는 예술 감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 악보를 실제 음악으로 들려주는 훌륭한 연주인 명연을 담고 있는 명반이 문화유산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어느 조사에서 인류에게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을 선정하였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아인슈타인, 뉴턴, 갈릴레오 갈릴레이,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을 제치고 금속 활자를 만든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가 선정된 적이 잇다. 즉 활자를 통해 인류의 소중한 지혜와 지식을 일반 대중에게 널리 보급한 것이야말로 인류사의 혁명이라 할 만한 큰 업적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음악의 경우로 생각한다면 최초로 축음기를 만든 에디슨이야말로 한 번 듣고 말아 버릴 수 있는 음악을 영원히 음반이라는 대상 속에 존재할 수 있게 한 것 역시 구텐베르크에 버금가는 위대한 업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에디슨을 통해 음악 예술이 전하는 풍요로운 예술적 혜택을 우리게 되었던 것이다. 정말 대단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에디슨은 단순한 발명가가 아닌 인류사에 위대한 공헌을 한 과학자였다고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구텐베르크와 비견되는······.


  베토벤이란 작곡가가 죽고 사라진 이상, 그가 추구했던 예술적 가치와 철학적 메시지를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연주가라는 훌륭한 예술가들의 연주 행위를 통해 베토벤의 위대한 예술이 다시금 해석되고 추체험 되고 있어 이제는 베토벤의 고고한 이상을 우리가 명반을 통해 만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말했다. 지금은 예술이 그 힘을 잃어버린 지 이미 오래되었다고. 진정한 예술이 다시는 나오기 어렵다고 한다. 음악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다시 古典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며, 그래야 현대의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음악 예술은 그 어떤 다른 예술 장르가 갖지 못한 독보적인 장점을 갖추고 있다. 음반과 오디오라는 재생 매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간단히 적은 비용으로 누구나 인류가 남긴 위대한 음악 예술을 접할 수가 있는 것이다. 결국 쇼펜하우어의 말대로 모든 예술이 동경하는 형태가 된 것이다.


  악성(樂聖) 베토벤은 말했다. “음악은 정신세계를 감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음악은 예지(叡智)의 높은 세계로 들어가는 유일한 비육체적인 입구이며, 모든 인간을 포괄하는 것이며, 정신을 그 놓은 목표의 기초를 삼고 있다. 모든 진정한 감정이 하나의 도덕적 귀의(歸依)를 이룰 때 상상력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다. 그러므로 예술은 언제나 모든 신성한 것의 대신(代身)이 되는 것이고 이런 신성한 것과 인간적인 관계가 종교인 것이다. 이 종교를 우리는 예술을 통해 얻으므로, 예술은 신(神)이 내린 이간이 도달한 어느 목표에 대한 암시이다. 즉 자기의 현현(顯現)에 의하여 신성한 것으로 돌아가고 또 인간에게 있는 신성한 것을 매개로 하여 창조되어지는 것이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말한다. 죽음이란 음악을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음악을 듣는 것은 삶의 존재 이유이며 그것이 없는 것은 삶의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글 : 허 제(칼럼리스트)

출처 : 불후의 클래식(책과 음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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