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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곡의 종류가 무수하고 자유로운 형식의 매력 있는 기악곡으로 발라드(譚詩曲)라는 곡이 있다.

 

이것은 14세기 경 이탈리아에서 시와 음악이 중요한 형식의 하나인 발라타(Ballata)라든가 독일의 발레데 등 무도가(舞蹈歌)로서의 내용으로 쓰였던 것이다. 그런데 18세기 경 독일에서는 이야기풍의 음악, 말하자면 서사시적인 내용으로 되었다. 한편 영국에서 유포되던 경쾌하고 통속적인 발라드(Ballad)의 영향도 찾아볼 수 있다.

 

이 발라드는 영국의 것보다는 예술적으로 아주 정교롭고 시적으로 보다 세련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성악곡과 기악곡이 있는데, 성악의 발라드는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서 이야기풍이며 극적이다. 물론 독창곡, 합창곡이 모두 있었는데, 그 형식은 일정하지 않다. 이것이 점차 발전하여 독일의 뢰베(C. Johann Loewe)와 같은 작곡가는 서사적인 발라드를 완성시켰다.

 

다시금 슈베르트는 발라드를 보다 예술적인 것으로 만들었으며 볼프(Hugo Wolf)와 같은 작곡가는 합창으로 된 발라드의 명작을 남겼다.

 

18세기 이후 발라드는 기악곡에서 눈부신 변모를 볼 수 있다. 표제음악풍의 시적인 줄거리를 직접 연결시킨 감이 잇는가 하면 시적인 내용의 무드(mood)를 나타낸 작품도 있다.

 

19세기에 이르러 쇼팽은 이 발라드의 악곡을 기악곡 작품으로써 최고의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로운 형식과 그 표현은 절묘한데, 발라드는 서정시적인 성격을 띤 4곡의 쇼팽의 걸작으로서 널리 감상되고 있다.

 

폴란드의 애국 시인 미키에비츠의 라트아니아 전설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고 하는 4편의 명작은 피아노를 통한 아름다운 선율로 충만해 있다.

 

물론 묘사적인 것은 아니지만 시적인 정서에 차 있다. 표제가 붙어 있지는 않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전설이 지닌 환상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세계로 인도하는 감이 있다. 거기에는 쇼팽다운 예리한 면이 있으며 우아한 정서는 청중에게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고 하겠다.

 

이는 쇼팽이 받은 주관적인 정서를 추상적으로 극히 자유로운 형식에 피력했다고 하겠으며 4개의 악곡을 모두 3박자 계통으로 썼다는 것이 공통된 점이라 하겠다.

 

1836년 그가 26세 때에 작곡한 제1g단조의 발라드에 대해 로베르트 슈만은 천계의 작품이라 격찬했었다. 쇼팽 자신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으로 장중하게 시작되는 이 작품은 달콤한 선율에 극적인 긴장감도 엿볼 수 있다.

 

2F장조는 러시아의 귀양살이를 피하기 위해 호수 밑에 빠져 수초로 화신한 젊은 영성의 신세를 내용으로 한 작품이다.

 

발라드 제3Ab장조 또한 경쾌하고 우아한 작품이다. 이는 우이리스 호반에 관한 전설 물의 요정이라는 서사시에 의한 작품이다.

 

여기서는 장중한 남성적인 면이 있는가 하면 프랑스 상류 사회의 귀족 취미를 연상케 한다. 세련된 지성적인 폴란드 사람의 모습을 상기시키는 가장 독창적인 작품 중의 하나이다.

 

4번 발라드 f단조는 쇼팽의 발라드 중에서도 그 규모가 대단히 큰데, 그의 원숙기의 작품으로서 정력적인 구상을 볼 수 있다. 명상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 정열을 담은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다. 아무튼 이 작품은 그의 발라드 제1번과 함께 널리 사랑을 받는 곡으로, 쇼팽의 천분을 최대한으로 발휘시켰다고 하겠다.

 

브람스는 순 기악곡으로서의 발라드를 작곡하였다. 보통 세 도막 형식과 소나타 형식으로 썼는데, 대체로 중앙 부분에서 서정적인 분위기를 음미할 수 있다. 그의 발라드 Op.104곡은 이야기풍의 서사적인 음악으로서 쇼팽의 발라드와 상통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쇼팽의 호화스럽고 웅대한 구성에 비한다면 브람스의 발라드는 오히려 간소한 편이다. 따라서 그것은 텁텁하고 지극히 아름답고 북부 독일적인 침착한 맛도 있다.

 

발라드는 본래 무도의 반주용 가곡이었던 바, 14, 5세기에 이르러 점차 예술적인 것으로 되었다. 오늘날 무도에서 독립된 순음악적인 작품으로서 많은 팬들에게 애호를 받는 악곡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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