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이야기
2015.09.29 12:06
"캐롤과 함께 하는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
만국 공통의 가장 축복받은 공휴일인 크리스마스가 또 얼마 남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는 본래의 종교적인 의미 이외에도 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는 그 시기 적절한 상황만큼이나 다분히 상품성을 지닌 일종의 연례 행사이기도 하다. 매년 우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막연하게 소망함과 더불어 한 해 동안 먼지가 쌓여있던 캐롤 음반을 꺼내어 듣는 무의식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다. 이렇듯 크리스마스를 언급할 때 역시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캐롤이다.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를 일종의 축제로 즐기기 시작한 것은 해방 직후로 알려져 있다. 당연하게도 한국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들과 그네들의 정서가 본격적으로 유입된 영향인 탓인데, 이 단순한 역사적 사실은 한국 록의 부흥기와 맞물려 남다른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당시 미8군 밤무대는 한국 대중음악의 원류이자 산실임에 다름 아니었는데, 거기서 파생된 블루스나 사이키델릭 취향의 생경한 스타일의 음악보다는 캐롤을 통한 해외 음악의 유입이 보다 범국민적인 호응을 얻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크리스마스 이브만큼은 통행금지가 해제되고 젊은이들이 사회, 문화적인 제약의 틀을 넘어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명절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캐롤 음악이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일종의 자유를 상징하는 더욱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으리라. 그래서 그 시절을 경험한 기성 세대들에게는 크리스마스와 캐롤에 대한 감흥이 우리네 젊은이들의 정서와는 사뭇 남다르고 여전히 설레는 추억으로 간직되고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캐롤은 일년 중 일정한 기간에만 그 운치를 느낄 수 있는 제한된 감수성에 얽매여 있지만 매년 습관처럼 찾아 듣게 되는 그 영속성 덕분에 새로운 뮤지션들에 의해 끊임없이 리메이크되고 있어 음악 매니아들에게 항상 색다른 흥미를 제공한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스테디 셀러(Steady Seller)로 자리매김하던 캐롤 음반이라고 하면 빙 크로스비( Bing Crosby)와 냇 킹 콜(Nat King Cole)의 작품 정도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었다.
철저하게 올디스 장르로 취급되던 캐롤 송에 대한 선입견은 왬(Wham)의 불멸의 히트곡 'Last Christmas'가 등장하며 전형적인 트렌드 팝 스타일로의 일대 전환점을 마련하게 되었는데, 이후에는 철저하게 '크리스마스 특수'를 겨냥한 독집 음반을 선보이는 것이 보편화되며 캐롤 음반은 대중적으로 성공한 아티스트들의 또 다른 표본으로서의 의미도 지니게 되었다.
틴 아이돌 그룹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과 당대를 대표하는 디바(Diva)로 군림했던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와 셀린 디온(Celine Dion), R&B/팝 발라드의 상징인 보이즈 투 멘(Boyz II Men)과 올 포 원(All For One)을 위시해 컨트리 스타 가스 브룩스(Garth Brooks)와 크로스오버 재즈 계열의 케니 지(Kenny G), 포플레이(Fourplay)의 음반에 이르기까지 캐롤은 끊임없이 그 형식을 파괴하며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그 밖에, 캐롤이 아닌 정규 음반에 수록되어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컨트리 록의 대부 이글스(The Eagles)의 'Please Come Home For Christmas'와 팝의 황태자 프린스(Prince)의 'Another Lonely Christmas', 아하(A-Ha)의 'Angel In The Snow'등도 크리스마스에 각별한 의미를 되새길수 있는 매력적인 곡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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